'5년 소득세 납부 실적' 없는 생애최초 특공 당첨자의 고민

입력
2022.04.15 04:00
수정
2022.04.15 07:3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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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경남 진주 아파트 당첨됐지만
사회초년생이라 납세 기간 짧아 취소 위기
"청년 청약 장벽" "실수요자 선별장치" 이견

2020년 7월 한 남성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한강변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7월 한 남성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한강변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A(39)씨는 생애최초 특별공급(특공)을 신청해 지난해 11월 경남 진주시 아파트에 당첨됐다. 드디어 '내 집 마련'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기쁨도 잠시, 당첨된 아파트를 놓칠 위기에 처했다. 특공 대상자가 되려면 '과거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 외에 '5년 이상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는 사실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탓이었다. A씨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변호사가 돼 사회생활을 시작한지라 3년치(2018~2020년) 소득세 납부 실적만 있는 상황이었다.

'5년 소득세 납부'에 발목 잡힌 내 집 마련

A씨는 궁여지책으로 현역병 복무 이력이 담긴 병적증명서를 제출했다. 특공 대상자를 규정하는 법령인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소득세 납부의무자지만 소득공제, 세액공제, 세액감면 등으로 납부의무액이 없는 경우도 납부 이력으로 인정된다'(43조 3항 3호)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복무 시절(2003~2005년) 받은 급여도 소득세 납부 실적으로 인정된다면 납세 기간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현역병 급여는 소득세 납부 이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현역병은 소득세 납부 의무가 없어 해당 규칙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해석한 것이다. 병(兵)의 급여를 '비과세 소득'으로 분류한 소득세법 조항이 근거였다. 시행사도 A씨의 당첨을 취소하려 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창원지법 진주지원에 당첨자 지위를 보전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고 같은 달 인용 결정을 받았다. 헌법소원심판도 청구했다. 소득세 납부 여부에 따라 입주 자격을 제한하는 건 재산권 침해이고,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43조 3항 3호에 현역병 급여가 포함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였다. A씨는 "생애 최초라면서 사회생활을 5년 넘게 한 사람으로 자격 제한을 두고, 그 와중에 현역병 근무는 인정해주지도 않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청년 청약 가로막아" vs "최소한의 선별 장치"

국토부는 생애최초 특공의 소득세 납부 조건은 2009년 제도 도입 당시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란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생애최초 특공은 원래 자영업자나 근로자 가운데 사회생활을 꽤 했지만 무주택자인 이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며 "이런 취지를 반영해 '소득세 5년 납부'라는 조건이 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조건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반론도 있다. 청년 1인가구 증가, 집값 지속 상승과 같은 주택시장 환경 변화로 젊은 세대도 청약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마당에, 청년층에게 불리한 소득세 납부 이력을 13년째 요구하는 게 온당하냐는 것이다. 아울러 '생애 최초' 주택 보유가 기대되는 연령대가 낮아졌는데도 당국이 제도명과 내용을 그대로 두면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 의견도 양편으로 갈리는 모양새다. 한쪽에선 소득세 납부 실적 요구가 청년층의 내 집 마련에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은 청년 세대의 주택 구입이 매우 어려워진 상황인 만큼 묵은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가) 최소한 무슨 근거로 납세 기간을 5년으로 설정해야 하는지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전부터 시행된 제도이니 계속 유지하겠다는 논리는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쪽에선 구매력을 갖춘 주택 실수요자를 선별하려면 최소한의 장치를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5년 소득세 납부 조건이 없다면 집을 살 능력이 없는 대학생도 당첨될 수 있는 상황이 생긴다"며 "A씨 사례는 미리 조건을 파악하지 못한 계약자의 불찰이 더 크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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