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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가 된 천연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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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전쟁도 돈 없인 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침공 50일,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에도 버티는 건 아직 곳간이 텅 비진 않았다는 방증이다. 사실 러시아 세입 예산의 40%를 차지하는 에너지 분야의 수입은 전쟁 후 오히려 늘었다는 보도도 나온다.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미국은 수입 금지시켰지만 유럽연합(EU)에선 여전히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쟁통에 가격은 더 올랐다. EU가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며 지불하는 금액은 하루 10억 유로(약 1조3,000억 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의 기세가 등등한 이유다.
□ EU가 러시아의 민간인 학살을 규탄하면서도 러시아의 자금줄이 되고 있는 아이러니는 에너지 의존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비중이 55%나 된다. 2011년부터 러시아에서 발트해 밑으로 연결된 해저 파이프인 ‘노르트스트림1’(Nord Stream1)을 통해 천연가스(PNG)를 공급받고 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은 영하 162도 압축 기화 시설과 저장 탱크 등이 먼저 구축돼야 해 쉽지 않다. 독일은 2018년부터 노르트스트림2 사업도 추진해 왔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의 책임론까지 불거지는 배경이다.
□ 지난해 완공된 노르트스트림2의 승인은 계속 미뤄졌다.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종속을 우려한 미국의 결사 반대가 영향을 미쳤다. 셰일혁명으로 천연가스 생산이 늘어난 미국은 유럽 시장에 눈독을 들였다. 러시아는 뿔이 났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런 에너지 이권 줄다리기 속에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이제 독일은 미국과 중동산 천연가스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배로 뛰었다. 반면 러시아는 중국으로 연결되는 천연가스 수송관(시베리아의 힘) 건설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중국은 유럽보다 싼 가격에 계약을 맺으며 잇속을 챙겼다.
□ 천연가스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 우크라이나 사태는 '에너지 경제 전쟁'이라 할 만하다.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우린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9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와 가스의 자원개발률은 10%대 수준이다.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민관 합동 해외 자원 개발과 확보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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