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분야의 삼성전자, 테슬라들

입력
2022.04.15 00:00
27면
존디어 자율주행 트랙터 ⓒJohn Deere

존디어 자율주행 트랙터 ⓒJohn Deere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라 불리는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는 세계적인 관광 및 카지노의 도시다. 사막 한가운데의 아름다운 야경과 화려한 쇼들은 물론 각종 호텔과 음식점, 도박장 등을 경험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린다. 여기에는 단순한 여행객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많은 CEO도 포함되어 있다. 그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바로 CES(Consumer Electronic Show) 때문이다.

CES는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소비자 가전제품박람회다. 지금은 가전이라는 경계를 넘어 IT, 자동차 등 여러 분야의 미래기술을 선도하고 세상의 변혁을 이끌어가고 있다.

최근 산업-업종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기술의 평준화, 범용화가 가속화하면서,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다양한 스타트업이 출현하고 있다. CES에서 선보이는 그들의 혁신적인 기술은 매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으며, 전 세계 CEO들 역시 이러한 기술에 관심을 보이며 새로운 경쟁력의 디딤돌로 삼으려 한다.

특별히 2022년 CES에서는 올해 3가지 핵심 카테고리로 대체불가능토큰(NFT)과 우주기술, 푸드테크(Food Technology)를 발표했다. 그중 푸드테크란 농식품의 생산, 가공, 보관, 운반 등 모든 분야에 과학기술을 접목해 이전보다 발전되고 새로운 형태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뜻한다. 최근 식품 공급망이 흔들리고 농식품에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결합하여 농식품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농업이 새로운 미래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번 CES에서는 네덜란드의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오르비스크(Orbisk)의 완전 자동화 음식물 낭비 절감 및 모니터링 기술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기술은 AI를 통해 공급·구매 과정을 최적화하고 식당에서 음식 재료의 양을 자동으로 파악하여 최대 70%의 음식물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국내 대표적인 스마트팜 업체인 엔씽은 CES에서 2020년 '최고혁신상'에 이어 2022년에 '혁신상'을 수상하며 2관왕을 달성했다.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모듈형 컨테이너 수직농장 기술을 통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컨테이너 팜에서 흙과 빛 없이 엽채소 및 바이오 작물을 재배한다.

미국의 농업 장비 제조업체인 '존디어'가 선보인 자율주행 트랙터 기술은 '농업계의 테슬라'라는 평과 함께 많은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현재 토지와 노동력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는 80억 명으로 늘어날 것에 대비하여 AI와 자율주행 등의 기술로 농업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많은 기업이 CES에서 자신들의 혁신적인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의 농식품 스타트업인 디지로그(Digilog)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인공지능 수확 및 방제 로봇인 '솔리드(SOLID)'를 제작 중이다. 디지로그의 서현권 대표는 "내년 CES 푸드테크 분야의 혁신상을 목표로, 디지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전 세계의 소규모 농가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제 국내에서도 많은 농업 스타트업들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 및 농가가 힘을 합쳐 농업 생태계에 혁신의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한국 농업에서 전례 없는 담대한 도전이 필요할 때다.


민승규 국립한경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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