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은 명당일까

입력
2022.04.13 19:00
25면

편집자주

‘4살 차이는 궁합도 안 본다’는 말은 사주팔자에서 연유됐다. 생활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행동, 관습들을 명리학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본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의 모습. 뉴스1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의 모습. 뉴스1

'용산(龍山)'은 이곳 언덕에 용이 나타났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증보문헌비고')

용산이란 지명은 전국 각지에 무수히 많다. 지형이 용의 형상을 닮았거나, 임금이 행차했던 지역에 관습적으로 붙였다. 용은 왕(王)을 뜻한다. 서울시 용산은 1102년 고려 숙종 때, 수도를 개성에서 한양 일대로 옮기려는 당시, 후보지 중 하나였다.

풍수(風水)로 보면, 용산은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이다. 남산이란 큰 산을 등지고, 둔지산(해발 65m)이란 작은 산이 바람을 막아주고, 한강을 내려다보는 남향이다.

남산은 성벽 역할로 군사적으로 유리하고, 한강은 물류 수송에 편리한 데다 넓은 평지 지형이다. 조선시대 용산에는 한양으로 들어가는 군수물자가 집결하던 관청인 군자감(軍資監)이 있었다.

용산은 이 같은 지리적 조건으로 역사상 치욕이 서렸다. 13세기 말 일본 정벌을 위한 몽골군의 병참기지로 활용됐다. 임진왜란 땐 왜군이, 임오군란 땐 청나라가 주둔했다. 청·일 전쟁 이후 1945년 해방 때까지 일본군이, 해방 뒤엔 미군이 사용했다.

용산병영이 건설되면서 용산은 한강의 작은 항구에서 군사도시로 변모했다.

용산 기지의 역사

전쟁에서 이겨야 하는 군대가 줄곧 주둔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땅이 군사적 요충지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용산은 지금까지 '왕(王)'보다는 '군대(兵)'와 인연이 깊었다. 현재 국방부 청사가 있는 것도 자연스럽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은 어떤 공간이 사람의 의식과 사고 체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이는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는 말과 의미를 같이한다. 영국 윈스턴 처칠 수상이 1943년 10월, 폭격으로 폐허가 된 의회 의사당을 다시 짓겠다고 약속하며 행한 연설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제도와 사람이 문제지 공간이 무슨 상관이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청와대가 '구중궁궐'이라고 불리지만 국민과의 소통은 의지의 문제이지 물리적으로 관계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처음 공약은 용산이 아니라 광화문이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모든 현안보다 '용산 이전'에 0순위를 두고 '결단'이라며 밀어붙이다보니 윤 당선인의 태도를 두고 이런저런 뒷말이 나왔다. 무속과 풍수와 관련해서다. 사실 이러한 의심은 사실 대선 기간 중 윤 당선인 측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손바닥 '왕(王)자' 사건이 그렇고, 건진법사, 천공스승 등 도사가 동행하거나 자문한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천공스승의 '용산' 주제 동영상도 다시 회자된다. 윤 당선인 부인 김건희 씨가 기자와의 통화에서 스스로 "영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거나 "청와대 영빈관 이전은 꼭 한다"와 같이 확고한 의지를 밝힌 대목도 재조명받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풍수'로 반대할 상황이 아니다. 2019년 1월 '광화문 대통령 시대 위원회' 유홍준 자문위원이 1년 8개월 만에 '집무실 광화문 이전' 보류를 발표하면서 "풍수상의 불길한 점을 생각할 적에 (청와대를) 옮겨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또 문 대통령의 경남고 동기인 전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승효상 건축가도 청와대 강연에서 "청와대 관저는 풍수지리학적으로 문제가 있어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승씨는 국방부를 외곽으로 옮기고, 그 일부를 청와대로 활용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풍수(風水)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약어로 '바람은 감추고 물은 얻는다'는 의미다. 사람은 원시시대부터 안전한 곳이 필요했고, 살면서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곳을 찾았다. 풍수지리학은 방위와 지형에 따라 화복(禍福)이 결정된다는 학설로 자연과 인간을 설명하는 동양 사상 중 하나다. 서양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풍수는 우리 역사와 문화 곳곳에 스며 있다. 따라서 풍수는 우리의 생각과 생활을 오랫동안 지배하면서 전통문화로 이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풍수상 명당(明堂)은 많지 않다. 명당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명당이 아닌 곳은 약하거나 모자란 것을 보태거나 채우면 된다. 어떤 지역의 풍수적 결함이 있는 경우에 인위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비보풍수(裨補風水)'다.

관악산의 화기(火氣)를 누르기 위해 산 정상에 연못을 파고 광화문 앞에 해태를 설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상징적 조치로 불안감을 해소하고 민심을 안정시키는 것도 풍수의 또 다른 순기능이다.

그럼 과연 명당발복설(明堂發福說)을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은 "그렇지 않지만, 그렇다(不然其然)"이다. ('김두규 교수의 풍수 강의') 성리학의 시조 주자(朱子)는 "풍수는 땅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지 길흉(吉凶)을 점치는 행위가 아니다"라고 했다.

전형일 명리학자‧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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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명리학자·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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