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정점에 근접해가고 있다

입력
2022.04.14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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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그러나 금리 상승은 자산가격 하락이나 소비와 투자 감소로 경기 침체를 초래하고 결국엔 다시 금리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이유를 마이너스(-) 실질금리에서 찾을 수 있다. 실질금리란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것이다. 지난 3월 10년 국고채수익률(2.78%)과 소비자물가상승률(4.14%) 차이가 마이너스 1.36%로, 10년 만기 국채가 발행된 2000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1년에서 2021년 실질금리 평균이 1.59%인 것처럼 실질금리는 플러스 상태가 정상이다.

마이너스 실질금리가 정상으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우선 시장금리가 올라야 한다. 최근 10년 국고채수익률이 3%를 넘어서면서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분간 물가상승률이 4% 안팎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실질금리가 플러스 상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시장금리가 그 이상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현재 3%대인 국고채수익률은 적정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적으로 시장금리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약간 밑돌았다. 예를 들면 2001년에서 2021년 사이에 10년 국고채수익률은 평균 3.9%로 명목 GDP 성장률(5.7%)보다 낮았다. 필자가 추정해보면 우리나라 잠재 명목 GDP 성장률은 3% 정도이다. 현재 금리가 이 수준을 넘어섰다. 시장금리가 더 오르기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실질금리가 플러스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결국은 물가상승률이 떨어져야 한다. 올해 하반기 이후 경기가 둔화하면서 물가상승률이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기준금리를 0.50%에서 1.25%로 인상했다. 4월과 5월에 개최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더 올릴 전망이다.

금리 인상은 자산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미 주가지수(코스피)는 20% 이상 떨어졌으며 뒤따라 집값도 하락추세로 전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산가격이 떨어지면 '역의 부의 효과'(Wealth effect)로 소비가 줄어든다. 물가가 오르면 실질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에 역시 소비가 줄게 된다. 또한 금리 인상은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미 경기 둔화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경기를 전망하는 데 유용한 지표로 사용되는 통계청의 선행지수순환변동치가 지난해 6월을 정점으로 올해 2월까지 하락추세를 이어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OECD 회원국의 선행지수 역시 지난해 8월부터 하락하면서 세계 경제성장 둔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올 하반기 이후에는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물가상승률이 점차 낮아질 전망이다. 이 경우 장기금리가 먼저 하락하게 될 것이다. 2020년 하반기부터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했기 때문에 채권투자에서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이후는 시장금리 하락으로 채권투자에서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가계의 금융자산 가운데 채권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주가는 저평가 영역에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 반등하겠지만, 경기 수축 국면에서 추세적 상승은 어렵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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