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검수완박'에 침묵... 민주당 입법 강행 시 거부권 행사할까

입력
2022.04.12 21:3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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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2일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한 가운데 청와대가 관련 언급을 삼가고 있다. 검찰의 집단 반발에다 여야 극한 대치로 치달을 수 있는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퇴임을 한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공기관 인사에 이어 검수완박을 두고 신구 권력 간 갈등이 재현될 수 있는 것도 부담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검수완박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없다"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입장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전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와 국민통합 등 현안에 대한 언급을 밝혔으나, 검수완박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속도전'은 당초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체크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까지 방역과 경제, 안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임기 말 검수완박에 대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정쟁의 한가운데 서게 되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민주당의 검수완박 드라이브를 반대하기도 쉽지 않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 기회를 놓치면 민주당의 존립 이유가 없다"고 밝힌 것처럼 지도부가 사활을 걸고 있는 사안이다. 민주당이 내세운 명분 중 하나는 문 대통령의 퇴임 후 수사를 막기 위한 측면이 없지 않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권력의 향배에 민감한 검찰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민주당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청와대는 민주당과 '검수완박'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각에선 청와대의 침묵은 '암묵적 동의'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가 검수완박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 문 대통령을 지킬 지지층이 돌아설 수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입법의 4월 중 처리' 당론을 채택하면서 청와대의 침묵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입법 강행 처리를 시도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일단 국회 입법 과정을 예의주시한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민주당이 지난해 초 검수완박 추진에 나섰을 때는 청와대가 '속도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당이 이번에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 처리할 경우 문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한다"고 밝히며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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