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집단행동 두고 볼 것인가" 경찰 내부망 '검수완박' 지지 잇따라

입력
2022.04.12 18:30
수정
2022.04.1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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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뭉치는데 경찰은 뭐하나" 지휘부에 쓴소리
경찰 전국직장협의회 "다수가 찬성" 성명서 예고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주차장 입구 모습. 연합뉴스

1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주차장 입구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경찰 내부망에 이를 지지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수사권 박탈에 반대하며 집단 행동에 나선 검찰을 향해, 기존 검찰 제도의 폐해를 강조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경찰 노조 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 또한 내부 여론을 반영한 성명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12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경찰 내부망인 폴넷 게시판엔 전날 '검사들의 집단행동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검수완박은) 검찰개혁의 완성을 위해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없애고 검찰의 무소불위 권한을 분산해 공소기관으로 거듭나게 하자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관련 입법이) 진정성 있게 논의돼 하루빨리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사들의 집단 반발에 대해서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연일 집단 행동을 불사하고 있다"며 "민의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검사의 직접 수사권의 폐해를 개선하겠다고 입법을 논의하는데, 일개 공무원들이 집단 반발하는 것은 검찰공화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검수완박 저지를 위해 애쓰시는 검사들에게'라는 글을 올린 다른 작성자는 "경찰은 검사 이익을 위해 함부로 조롱 당해야할 대상이 아니다"며 "전국 수사경찰에 대한 모욕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그는 "검사들은 수사권이 박탈되면 능력 없는 경찰이 사건 해결을 못하고, 국민들은 엄청난 피해를 볼 것이라고 한다. 경찰은 무능하고 부패한 집단이며, 검사만이 범죄를 척결할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의 발로"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 7일 '검찰공화국 태풍 속 경찰은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경찰관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검경 책임수사제'를 둘러싼 우려를 열거하며 검수완박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다음 정부가 검찰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를 뛰어넘는 검찰부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경찰 수사권에 대해 검사의 직접 보완 수사를 확대하고 경찰이 종결한 사건까지 검사가 송치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집단행동하는데 경찰은..."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이 불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이 불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게시된 '검수완박' 제목의 글에서는 경찰 지휘부를 향한 쓴소리도 나왔다. 글쓴이는 "(민주당의 입법 추진은) 검찰의 권한을 뺏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 권력을 국민에게 주기 위한 것"이라며 "일부 정치 검찰이 사유화한 권력을 국민에게 쓰기 위해 검찰이 경찰에게 채워 놓은 쇠사슬을 풀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정이 이런 데도 일부 지휘관들은 새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눈치를 보고 전전긍긍한다"며 "검수완박에 검찰이 집단 반발하고 있는데 경찰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글엔 "우리도 집단 반발하자" "수뇌부가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다" 등 동조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는 폴넷을 통한 공개 지지 외에도 경찰 내부에 검수완박 찬성여론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민관기 대표는 "경찰관 다수가 검수완박을 지지하고 있는 게 사실이고 직협 차원에서 이런 목소리를 담은 성명서를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민 대표는 "다만 검수완박은 현장 경찰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제도인 만큼 이에 대한 일선의 우려와 요구도 담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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