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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원조"라는 조응천이 '강행'에 반대하는 이유는

입력
2022.04.12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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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역량 줄어
수습 없이 강행하면 서민만 피해"
"왜 尹 당선인이 국민 눈치도 안 보고
멋대로 거부할 거라 생각하나" 반문도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이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시기 및 방법을 결정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총회가 12일 오후 열리는 가운데, 조응천 의원이 "매파와 비둘기파가 부딪히면 항상 매파가 이겨왔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검수완박' 마무리가) 최대한 당론 채택이 안 되게 노력할 것"이라며 치열한 논박을 예고했다.

조 의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검수완박은 제가 원조다. 20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부터 검찰에서 수사권을 빼들어야 된다고 주장한 게 나"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KFBI 국가수사청을 만들어서 그곳에 중대 범죄 수사권을 주고, 검찰은 KFBI와 경찰에 대한 통제, 영장 청구, 기소권, 형 집행권만 남기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검수완박 강행 처리에 반대하는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후폭풍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조 의원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느닷없이 '6대 범죄는 검찰에 놔두고 1차 수사종결권을 경찰에 주는' 안을 제시하는 바람에 모든 문제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고소 취하는 종용하고, 고소장은 선별 수리하며, 불송치 결정에 이의 신청을 해도 답이 잘 안 오고,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해도 잘 안 된다"며 "수사의 총량은 늘어났는데 수사의 역량은 줄어든 아이러니"를 지적했다.

조 의원은 "이런 것은 어떻게 하고 갑자기 있는 걸 뽑아서 증발을 시키겠다고 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서민"이라고 꼬집었다. 검수완박을 추진하더라도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서 시기와 방법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다.


(▼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 과정은 아래 인터랙티브 기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기사가 안 보일 경우 아래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입력해 주세요.

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investigation_right/)

또 "이사를 해도 어디로 들어갈 건지 정해 놓고 이사를 가야 하는데 그게 정해져 있지 않다"며 '현 정부 임기 내 수사권만 분리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조직개편'을 하는 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주장에 대해 '5월 9일까지는 어렵다'거나 저 같은 사람들이 '다른 괴물을 만드는 거다'라고 반론을 제기하니까 일시적으로 접은 것 같은데 이게 명확하지 않다"며 논의가 더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회 본회의 올라도 현 정부 임기 내 처리 어려워"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사진입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사진입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조 의원은 '문 정부 임기 내 검수완박법 통과'가 당론으로 정해지더라도 국회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출신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법사위 사보임으로 국회 본회의에 오르더라도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하면 5월 9일 이전 국무회의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게 예상 시나리오다.

그는 "필리버스터를 못 깨면 5월 6일 금요일 처음 부의가 되고 그날 통과되더라도 국무회의에 가야 한다. 국무회의는 매주 화요일 열리는데 그게 새 정부가 들어서는 5월 10일이다. 5월 9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라 임시국무회의를 열 수도 없다"고 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려면 180석이 필요한데 민주당 의석수는 172석이다. 6석의 정의당이 '검수완박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이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왜 尹 당선인이 국민 눈치 안 볼 거라고 지레 짐작을 하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오후 경북 포항 북구 죽도시장에서 환영 나온 시민들을 향해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포항=인수위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오후 경북 포항 북구 죽도시장에서 환영 나온 시민들을 향해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포항=인수위사진기자단·뉴시스

조 의원은 검수완박 강행 분위기에 대해 "대선 패배 이후 원인 규명과 반성, 쇄신을 해야 할 당이 대선 전에 했던 행위를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왜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면 눈치 안 보고 자기 멋대로 거부권을 행사할 거라고 지레 짐작을 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국민이 꿔다놓은 보릿자루인가. 다 보고 계신다"윤 당선인이 한 번은 거부할 수 있겠으나 정무적 부담감 때문에 계속해서 법안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예상하는 또 다른 큰 문제는 법이 통과하면 김오수 검찰총장이 스스로 사의를 표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는 "김 총장 없는 검찰이 민주당에 과연 좋은 거냐"고 말했다.

다만 검찰의 집단 반발에 대해서는 "그래도 공무원 집단인데 의기양양하게 밖에 나와서 의견을 발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검사장들이 '국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폭넓게 의견을 듣자'는 입장문을 낸 것에는 "미리 선제적으로 냈어야 했다. 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꼼수로 여겨질 수도 있겠으나, 객관적으로 볼 때는 좋은 방안인 것 같다"고 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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