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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전에 4대 보험은 없다"고 큰소리치는 우리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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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의 삶은 그저 '존버'만이 답일까요? 애환을 털어놓을 곳도, 뾰족한 해결책도 없는 막막함을 <한국일보>가 함께 위로해 드립니다. '그래도 출근'은 어쩌면 나와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노동자에게 건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담습니다.
"우리 회사는 모든 거래를 현금으로 합니다."
작년 5월 첫 출근을 했는데 사장이 대뜸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고객들과 현금으로만 장사를 한다는 얘기인 줄 알았는데, 그건 당연한 것이었고 월급도 봉투에 넣어 현금으로 준다는 의미였습니다. 세금을 내면 남는 게 없어서 그렇다고 하는데, 작은 미용업체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사장은 직원들에게 오로지 '현금'만 주고 다른 어떤 것도 해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것까지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4대 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같은 건 가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지금까지 사업하면서 직원들에게 한 번도 그런 걸 해준 적이 없다. 내가 왜 그래야 하나?"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마치 '내 사전에 세금이라는 건 없다'는 식이었습니다. 요새는 동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도 4대 보험은 들어주지 않나요?
여러 차례 항의를 하고 문제 제기를 하니 사장은 "일단 수습 기간 6개월 동안은 4대 보험 가입이 불가능하고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수습 기간이 끝나니 전혀 다른 제안을 했습니다. 저를 '프리랜서'로 신고해주겠다는 겁니다. 이전에는 아예 계약서도 안 쓰고 신고도 안 한 상태였는데, 제가 이런저런 요구를 많이 하니 프리랜서로 사업자 등록을 해서 3.3% 사업소득세를 납부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를 위해 3.3%의 세금을 내주는 것"이라며 대단한 선심이라도 쓰는 것처럼 말하더군요. 프리랜서라는 건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인데, 매일 출퇴근해서 사장 지시에 따라 일하고 있는데 말이 안 되는 얘기였죠.
결국 이 문제로 사장과 또 한번 마찰을 빚게 됐고, 1년 만 채우고 퇴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다음 달에 퇴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1년간 일했다는 경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4대 보험을 입사 때부터 소급 적용해주면 안 되냐고 했습니다. 1년간 일했으니 퇴직금도 정산해달라고 요구했고요. 예상대로 사장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거부 의사를 밝히더군요. 보험 가입 대신 연봉을 일정 금액 인상해주겠다는 제안도 했지만, 이미 회사에 애정이 다 사라진 상태여서 퇴사 의사를 재차 밝혀둔 상태입니다.
돈도 돈이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1년간 경력을 쌓았다는 '증거'가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면접 보러 간 날 회사 앞에서 찍은 증명사진과 회사 생활을 하며 만든 보고서 등은 있지만 이런 것들을 근거로 이직을 할 때 1년간 경력을 쌓았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중간에 휴대폰을 교체하는 바람에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한 사장의 지시 사항 등도 작년 11월 이후부터만 보관돼 있습니다.
그래도 1년 가까이 같이 일을 한 사람인데 노동청 같은 곳에 신고해서 곤경에 처하게 해야 하나 고민도 됩니다. 제가 사장과 큰 트러블 없이 경력을 인정받고 퇴직금도 지급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씨(20대 여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고용하려면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수당과 퇴직금, 근로시간 등의 규정을 적용받게 됩니다. 일부 사업주들은 이런 의무를 피하기 위해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업계 관행 등을 이유로 4대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A씨가 일하고 계시는 미용업계나 단역배우 같은 직종에선 과세에 대한 자료, 즉 채용을 했다는 근거가 전혀 없는 '깜깜이 고용'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떤 사업주는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로 계약을 하는 편법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프리랜서로 채용을 하면 4대 보험 등의 의무가 없고 월급의 3.3%만 사업소득세로 원천징수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도 실제로는 사업소득자(프리랜서)로 신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대다수 노동자들이 이러한 법적인 지식이 부족한 데다 회사를 다니면서 사장 등에게 계약 형태를 꼼꼼히 따지고 권리를 주장하기 쉽지 않은 것을 악용하는 것이죠. A씨가 1년간 일한 회사의 사장 역시, 안타깝게도 이런 식으로 탈법과 편법을 오랜 기간 활용해온 대표적인 사업주가 아닌가 싶습니다.
A씨 사례를 보면 먼저 회사와의 고용 관계, 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4대 보험은 물론이고 퇴직금 등을 요구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사업주가 중간에 프리랜서로 채용을 하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던 만큼 이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핵심은 A씨가 동등한 관계에서 사업주와 사업파트너로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을 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인데, 이는 출퇴근 시간을 포함한 근태관리와 사장이 업무지시를 한 것들이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대법원 판례(대법 2013다77805)를 보면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해서 A씨의 근로자 지위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남는 문제는 1년간 근로를 했다는 점, 그에 따른 퇴직금 지급 의무를 어떻게 입증하느냐입니다. 퇴직금 역시 사회보험 가입 여부와 무관한 개념입니다.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기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가 1년 이상 계속 일하였다면 퇴직금이 발생합니다. 사용자가 1년 이상 계속 일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 근로자가 직접 중간에 공백기간 없이 1년 이상 계속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수 있습니다.
A씨의 경우 현금으로 임금을 지급받았다면 '계속 근로'에 대한 다른 증거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출퇴근을 대중교통으로 했다면 버스카드 이용내역을 발급받아보거나, 퇴사하기 전에 경력증명서 발급을 요청해 놓는 등 계속 근로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해놓길 권하고 싶습니다.
만약 노동청에 신고를 한다면 사장은 적지 않은 과태료를 부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의무가입대상자에 대한 사회보험을 신고하지 않은 사업주는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되는데, 고용보험은 1인당 3만~5만 원, 산재보험이나 건강보험은 100만 ~15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됩니다. 당연히 사회보험도 소급해 가입하여야 할 의무도 발생합니다. 공단에 보험가입에 대한 확인 청구를 통해 사회보험 자격여부와 미가입한 사업주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실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직장갑질119 심준형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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