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데…

입력
2022.04.11 21:12
수정
2022.04.1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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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불안증후군, 다른 질환으로 오인해 조기 진단 늦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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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하다. 다리가 근질근질하거나 쿡쿡 쑤시는 느낌이 든다. 다리를 쥐어짜거나 다리가 타는 듯하다.. 다리를 움직이거나 주므르면 증상에 사그라든다. 저녁이나 밤에 증상이 심해진다.”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ㆍRLS)’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너무 오래 기다릴 때나 앉아 있을 때 부수적으로 나타나는 가만히 있지 못하거나 조마조마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안절부절하는 것과는 다르다.

최소한 한쪽 다리 일부 등 신체 특정 부위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집중적으로 느껴진다. △양쪽 다리, 특히 종아리 부근에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한 느낌 △다리에 설명하기 힘든 불편한 감각 증상(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 안에서 터질 것 같은 느낌, 옥죄는 느낌, 전기가 흐르듯 저릿저릿한 증상이나 불편한 느낌) △이런 증상이 움직이거나 주물러주면 호전된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증상은 다리뿐만 아니라 다른 신체 부위에도 나타날 수 있고, 중증도 이상 증세를 가진 환자의 50%는 팔에도 증상이 생긴다.

움직이고 싶은 충동때문에 잠들기가 힘들거나 잠자다가 자주 깬다. 하지불안증후군 때문에 불면의 밤을 보내는 환자도 적지 않다. 병을 방치하면 수면 부족으로 하루 종일 피곤하고 집중력이 떨어져 생활하기가 힘들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허리 디스크, 말초혈액순환장애, 불면증 등으로 오해받기 일쑤여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며 심지어 수십 년 동안 고통을 받기도 한다. 어린이도 하지불안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성장통이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로 오인받을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주관적 증상 기술과 문진으로 1차 진단하기에 다리 불편 증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과 명확히 구별해야 한다.

가족력이 있고 치료에 반응을 보이며, 야간 수면 다원 검사를 통해 주기성 사지운동증 소견이 관찰하는 것이 진단에 보조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정확히 진단에는 전문의 검사가 필요하다.

2차성 하지불안증후군은 원인을 찾아 제거하면 호전되기에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철분 농도, 간 기능, 콩팥 기능, 소변검사, 내분비 검사, 혈당 검사 등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신경 전도-근전도 검사도 말초신경병이 의심되면 시행할 수 있다.

치료는 증상 경증을 파악해 치료 방침을 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밤에 가끔 나타나면 약물 치료보다는 비약물 치료를 권한다.

김하욤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비약물 치료로는 잠자기 전에 발ㆍ다리 마사지, 족욕, 가벼운 운동(걷기, 스트레칭, 체조) 등이 효과가 있다”며 “증세가 심하다면 전문가 진단을 받아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김 교수는 “특히 하지불안증후군 진단을 받은 환자는 수면 전 술ㆍ담배ㆍ커피 등으로 인해 증상이 심해질 수 있기에 삼가야 한다”고 했다.

전문 치료제로는 우선 철분 결핍이 확인되면 철분제제를 투여해 철분을 보충해야 한다. 도파민 제제는 가장 기본적인 약물 치료법으로 증상을 1~2주 이내로 빠르게 증상을 호전시킨다.

약 용량은 파킨슨병 사용량의 25~50% 정도로도 잘 조절되지만, 장기간 도파민제제를 복용하면 합병증이 생기고 증상이 악화할 수 있기에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 해 적절한 처방을 받아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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