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적수' 권성동·박홍근 '폴더 인사' 했지만... '뼈 있는 말' 오갔다

입력
2022.04.11 18:15
수정
2022.04.1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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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석 의장 "윤핵관 아닌 윤고관 되길"

박병석(오른쪽) 국회의장이 11일 국회 의장실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병석(오른쪽) 국회의장이 11일 국회 의장실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1일 박병석 국회의장,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권 인사들과 잇달아 만났다. '예비 여당'의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뒤 인사하는 자리였던 만큼, 권 원내대표가 가는 곳마다 축하 인사와 웃음이 넘쳤다. 그러나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국회, 다수당 중심으로 운영됐다"... 권성동의 견제구

박 의장은 "권 원내대표 출마의 변에서 '국민의 편에 서겠다'는 말을 유심히 봤다"며 "언론에서는 권 원내대표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관계자·핵심 실세)이라고 부르던데, '윤고관'(윤 당선인에게 고언하는 관계자) 역할을 해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또 "윤 당선인을 세 번 만났는데, 의회정치를 중요시한다는 말씀을 세 번 들었다"며 "(윤 당선인이) 의회정치를 존중하고, 의회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했다. 때로는 쓴소리로 윤 당선인을 견제해달라는 당부였다.

권 원내대표는 "협력과 상생의 정치로 국민에게 안도감을 주고 싶은 게 솔직한 제 마음"이라고 했다. 이내 "의석수의 불균형 때문에 국회가 다수당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았나"라며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은근히 화살을 돌렸다. 또 "국가의 근본 체계에 관한 문제는 국민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며 "박 의장도 동의하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에 우려를 표한 동시에 박 의장이 민주당 편을 들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이다.

"인사청문회, 국민의힘이 잘 협조를"... 박홍근의 견제구

이어서 만난 권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서로에게 허리를 90도 숙이는 '폴더 인사'를 하며 예를 갖췄다. 박 원내대표는 권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경선에서 81표 대 21표의 표차로 승리한 것을 두고 "여야를 통틀어 역대 원내대표 선거에서 가장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것 같은데, 그만큼 지혜와 경륜이 뛰어나다는 뜻"이라고 치켜세웠다. 권 원내대표도 화답했다. "여의도의 여당은 민주당"이라며 "광화문 대통령 권력은 (국민의힘이) 차지했으나, 의회 권력은 여전히 민주당 수중에 있어 민주당 협조 없이는 (윤석열 정부가)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협조를 구했다.

'뼈 있는 말'도 빠지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국무위원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결정과 자료 제출 요구, 증인 채택 등에 대해 국민의힘이 잘 협조해 주면 더 원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과도한 자료·증인 요구는 오해를 살 여지가 있다"며 호응하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이 과거 여당 시절에 했던 기준 그대로만 하면 저희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인사청문회 때 청와대 호위무사 역할을 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문 대통령, 취임 축하 난 보내

권성동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원내대표실을 예방한 이철희(오른쪽)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축하 난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11일 국회 원내대표실을 예방한 이철희(오른쪽) 청와대 정무수석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축하 난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권 원내대표에게 축하 난을 전달했다. "축 취임. 대통령 문재인"이라는 리본이 달린 난 화분이었다. 이 수석은 권 원내대표에게 "카톡으로는 제가 형님이라 부르는 사이인데, (같이 일할 시간이) 너무 짧다"고 했고, 권 원내대표는 "청와대에서도 원만한 국정 운영이 되도록 지원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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