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인수위, 지는 권력에 과도한 공력 쏟아
국민은 文정부와 다른 정치, 다른 해법 원해
前정부 비교 아닌 스스로 성과로 판단받길
문재인 정부에서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은 말이 “그래도 박근혜 정권보단 낫다”는 거였다. 도덕성 논란 때도, 낙하산 비판 때도, 소통 부족 질타 때도 어김없이 동원됐다. 명백한 잘못이 드러났을 때 이 핑계가 쓰였다면 애매한 정책 실패나 부작용에는 ‘박근혜 정권 탓’이라는 방패가 요긴했다. 박근혜 정권이 국정을 엉망으로 만들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는 푸념이다.
대통령 취임을 한 달 앞둔 윤석열 인수위도 비슷한 행로를 걷는 듯하다. 사사건건 문재인 정부와 부딪히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 취임 후 더 격한 ‘문재인 디스’를 예고한다. 신구 권력 갈등 원인이 현 정부의 몽니 때문이라 할 수 있으나 인수위가 저물어 가는 권력에 과도하게 공력을 쏟는 모양새다. 떠나는 권력은 잃을 게 없으니 갈등이 커지면 손해 보는 쪽은 새 정부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옷값 논란의 핵심은 특별활동비다. 법원 판결에도 청와대가 특활비 공개를 거부한 데 대한 비판은 타당하다. 떳떳하지 못한 결정이 ‘패션 집착증’에 가까운 김 여사 옷값 논란으로 옮겨간 것은 자업자득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사안은 한 달 후면 윤 당선인에게 고스란히 닥칠 상황이다.
반대 진영에선 윤 당선인 부인 김건희 여사의 옷차림과 액세서리 등에 돋보기를 들이댈 게 뻔하다. 최근 김 여사가 입은 후드티와 슬리퍼의 완판 소동은 예고편에 불과하다. 청와대 특활비 공개 소송과 판결 거부도 도돌이표처럼 반복될 것이다. 그런 상황이 닥치면 “그래도 문재인 청와대보단 낫다”고 변명할 것인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알박기 인사 공세도 남의 일이 아니다. 문 정부 임기 말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지만 이 역시 조만간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벌써 ‘윤핵관’의 검찰총장 사퇴 종용 발언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터다. 새 정부 들어서면 대선 공신들의 자리 청탁으로 현 정권 기관장들에 대한 직간접적 압박은 보나마나일 게다. 혹여 그게 문제 되면 “문 정권보단 덜하지 않느냐”고 둘러댈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가 마주할 정책적 현실은 더 엄혹하다. 부동산 정책, 최저임금, 물가, 재정 적자, 추경, 일자리, 비정규직 등 하나같이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다. 어느 정책이나 득을 보는 쪽과 손해를 보는 사람들로 나뉘기 마련이다. 집값이 내리길 바라는 이도 있지만 오르길 원하는 사람도 있다. 임대차 3법의 피해자가 있지만, 수혜자도 엄연히 존재한다.
후보 때는 문재인 정부 비판만 하면 됐지만 이젠 해법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ABM(Anything But Moon)’식으로 뒤집기만 해서 풀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난관에 부닥치면 “이게 다 문재인 정권 때문”이라고 치부할 것인가. 하루이틀은 몰라도 권력을 손에 쥐어 준 국민이 언제까지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윤 당선인에게 새로움을 바란다. 지금과는 다른 정치, 다른 해법, 다른 소통 방식을 기대한다. 그러려면 인물부터 새로워야 하는데 그제 초대 내각 인선을 봐도 참신한 사람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내다 한동안 밀려난 인사들이나 대선 캠프가 차려지자 모여든 폴리페서형 학자들, 윤 당선인이 정치에 뛰어들자 기민하게 도운 의원들이 주를 이룬다.
윤 당선인 측에선 이례적으로 낮은 지지율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워낙 문재인 정부가 욕을 많이 먹어 새 정부가 조금만 잘해도 지지가 큰 폭으로 오를 거라고 낙관한다고 한다. 하지만 정권의 성공 여부는 이전 정권과의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판가름 난다. 하루라도 빨리 문재인 정부를 잊고 스스로의 성과로 판단받을 생각을 하는 게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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