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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못한 국토부 장관 발탁 원희룡... '대장동 1타 강사' 인연?

입력
2022.04.10 20: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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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에 지명된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에 지명된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에 지명된 원희룡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장은 10일 발표된 장관 후보자 8명 중 가장 ‘의외의 인선’으로 평가받는다. 윤석열 당선인과 대선 기간 쌓은 신뢰가 아무리 끈끈하다 해도, 국토부 관련 업무 경험이 거의 없는 탓이다. 일각에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저격수로서 ‘대장동 1타 강사’를 자처한 그의 정치적 행보가 인선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원 후보자도 이를 의식한 듯 국토부 장관 발탁을 “종합적 역할을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실세 정치인으로서의 추진력을 부각했다. “정부 역량을 집중해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를 안정시키고, 꿈을 잃은 젊은세대가 미래에 꿈을 가질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정책 방향성은 명확하지만 원 후보자는 부동산 전문가와 거리가 멀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지검 검사를 지낸 법조인 출신 정치인의 전형이다. 3선 국회의원(16~18대)으로 일할 때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등을 맡았을 뿐 국토교통 관련 현안에 발을 담근 적이 없다. 제주지사 시절 추진했던 제주형 스마트시티 건설, 스마트 그린도시 등 역시 당장 차기 정부가 짊어질 집값 안정 과제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윤 당선인이 내각 인선 원칙으로 내세운 전문성은 적다는 얘기다. 그래서 윤 당선인과 원 후보자의 굳건한 신뢰가 전격 발탁의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원 후보자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낙마한 후 윤 당선인의 정책본부장을 맡아 공약 설계를 총괄했고, 인수위에서도 기획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토부가 아니었을 뿐, 행정안전부 등 윤석열 정부의 조각 명단에 꾸준히 거론돼 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초대 내각 장관 후보자 8인을 발표한 뒤 서울 종로구 통의동 20대 대통령직인수위 사무실을 나서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초대 내각 장관 후보자 8인을 발표한 뒤 서울 종로구 통의동 20대 대통령직인수위 사무실을 나서다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이라는 정치적 맥락도 무시할 수 없다. 원 후보자는 대선 기간 민주당 이 전 후보의 대장동 특혜 의혹 공론화를 앞장서 주도했다. 그는 “대장동을 잡으라고 장관에 임명한 건 아니지 않겠느냐”면서도 “그런 일이 안 나오도록 하는 것은 당연히 목표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윤 당선인이 지양하겠다고 한 정치인에다 전문성까지 떨어지는 인사를 장관으로 중용한 것은 차기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전례도 있다. 정치인 출신으로 부동산 폭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다. 하지만 원 후보자는 “(부동산 등은) 정치 문제가 돼 있기 때문에 단순히 기술적 전문성만 갖고 풀어선 안 된다”며 “전문성이 걱정이라기보다는 강력한 의지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관철할지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믿음을 등에 업은 정치력을 외려 부동산 해법의 열쇠로 본 것이다.

원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 집값 폭등의 피해자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제주지사에 당선된 2014년 서울 목동 아파트를 8억3,000만 원에 팔았는데, 해당 아파트 가격이 26억 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원 후보자의 배우자 강윤형씨는 지난해 이런 사실을 공개하며 “다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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