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 검수완박 입법" 기운 민주당... 정의당의 선택은?

입력
2022.04.11 09: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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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집단 반발에 민주당 '부글부글'
국민의힘과 검수완박 충돌 불가피
'캐스팅보트' 정의당 역할론 관심사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검찰의 수사·기소 완전 분리, 이른바 '검수완박'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실현해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내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의 집단 항명이 오히려 당내 강성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민주당이 4월 중 검수완박 입법 처리를 강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관심은 '캐스팅 보트'를 쥔 정의당의 동참 여부에 쏠린다.

'검수완박' 강행론 우세해진 민주당

그간 검수완박 이슈를 놓고 강행론과 신중론으로 팽팽히 갈렸던 민주당 내 분위기는 강행 쪽으로 좀 더 기운 모습이다. 검수완박에 검찰이 집단 반발하자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검찰공화국'이 찾아올 것"이란 위기감이 더욱 증폭됐다. 강성 지지층이 비공개 의원총회 등에서 검수완박 속도조절 의견을 밝힌 의원 명단을 알아내 '문자 폭탄'을 보낸 것도 신중론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는 검찰 기득권 해체를 통한 검찰 정상화이며 사법정의 실현, 국민 기본권 보장"이라고 검수완박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이 이달 중 입법 강행에 나설 경우 여야의 정면 충돌은 불가피하다. 국민의힘 측이 검수완박 입법을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대장동 의혹 수사 등을 방해하기 위한 '이재명 방탄법'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여영국(가운데) 정의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여영국(가운데) 정의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정의당의 고민... 협력이냐 마이웨이냐

거대 양당의 대립이 예견되면서 정의당이 다시 한번 캐스팅 보터로 떠올랐다.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검수완박 법안 단독 처리에 나서면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등 최후의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이를 강제 종료시키기 위해선 국회법상 의원 180명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172석 민주당은 자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을 끌어모아도 정족수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 정의당 6석의 힘이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두 당의 의기투합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리한 입법 독주' 프레임을 상쇄하는 효과도 있다.

가능성은 반반이다. 정의당은 민주당 주도의 검찰개혁에 호응한 전례가 있다. 2019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당시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얻기 위해 민주당과 '여야 4+1 협의체'를 꾸려 공조했다. 2020년에는 민주당이 야당 반대에도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는 내용으로 공수처법 개정에 나서자 정의당은 당론으로 찬성을 의결했다.

하지만 정의당은 검수완박은 공수처 설치와는 다른 문제라고 본다. 실제 당은 이번 대선에서 사법분야 개혁과 관련, '공수처·검찰의 수사권 통제를 위한 옴부즈맨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등 수사권 완전 폐지보다 통제 강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 경찰 비대화 등 부작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의당 관계자는 "검찰개혁이 진영 대결로 흐르는 조짐이 뚜렷할 경우 민주당 안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지방선거다. 이번 선거에서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도입은 재기의 발판을 지방에서 마련하려는 정의당에 존립이 걸린 과제이다. 현재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민주당이 적극적이고, 국민의힘은 극구 반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의당이 검수완박 동참 요구에 마냥 팔짱만 끼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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