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인에 '반도체 특별 과외' 했던 이종호 과기부 장관 후보

입력
2022.04.10 17: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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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세계 최초로 벌크 핀펫 기술 개발
인텔, 삼성, 애플 등 핵심 반도체 양산에 활용
반도체 국한된 이력, 다양한 과기부 업무엔 걸림돌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공

윤석열 정부의 첫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깜짝 발탁'된 이종호(56)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은 국내에선 '3차원(3D) 반도체'의 최고 전문가로 불린다. 삼성전자나 인텔 등 주요 반도체 기업에서 3차원 반도체의 핵심 소자로 채용한 ‘벌크 핀펫’ 기술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함께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물이어서다. 이 기술은 반도체를 고집적화해 초소형으로 구현하면서도 성능 저하 방지와 더불어 전력효율 개선까지 높여준다. 첨단 시스템 반도체 성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효자' 기술인 셈이다.

이 후보자는 특히 국민의힘 입당 전인 지난해 5월, 서울대 반도체연구소를 방문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특별 과외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윤 당선인은 연구소 내 반도체 생산 시설을 둘러보면서 생산 기술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질문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10일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적인 반도체 기술 권위자인 이 후보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표준기술인 '벌크 핀펫'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신 분"이라며 "국내에서 연구를 해온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 개편은 물론 역동적인 혁신 성장의 소재가 되는 첨단 과학 기술 발전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1966년생 경남 합천 출신인 이 후보자는 경북대와 서울대에서 석박사를 지내고, 2019년부터 과기정통부 소재·부품·장비기술특별위원회 민간위원을 맡아 왔다.

2016년 삼성전자 상대 특허 소송 주목

그는 과거 삼성전자를 상대로 진행한 특허 침해 소송으로 주목된 바 있다. 2016년 이 후보자는 KAIST의 지식재산관리 전문 기업인 KAIST IP를 통해 미국 텍사스 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가 2015년 '갤럭시S6'를 출시하면서 KAIST IP가 보유 중인 핀펫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이었다. 2020년 2월 텍사스 지방법원은 KAIST IP의 주장을 받아들여 삼성전자에 2억300만 달러(약 2,500억 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결국 양측은 특허 계약을 체결하면서 소송이 취하됐다. 인텔, 애플 역시 2012년과 2019년 KAIST IP와 각각 특허 계약 체결과 함께 사용료를 지급했다. 과기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된 이 후보자는 "반도체의 중요성이 크다고 보고 그 분야에 대해서 발전시키도록 하겠다"며 각오를 전했다.

공급망의 핵심인 반도체에 최적화된 인물이란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제기된다. 과기부의 주요 업무가 과학기술 이외에도 인터넷 플랫폼, 미디어 콘텐츠 등 다양한 데다 방송통신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포함해 타 부처와 얽힌 사안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학계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가 장관으로서 행정적 업무를 원할하게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반도체 전문가가 과기부 장관에 지명된 건 2019~21년 재임한 최기영 전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제가 반도체 (분야를) 오랫동안 경험하고 지식을 쌓아 왔지만 우리나라는 반도체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산업 전 분야의 현장을 살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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