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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달러 의무교환 지침'…침몰하는 경제에 최악의 자충수

입력
2022.04.10 15:42
수정
2022.04.10 15:53

입금 달러 짯 환전 않으면 법적제재 통보
외국기업 "폐지 안 되면 미얀마 떠날 것" 경고
'군비 유지 혈안' 군부 "번복 없다" 버티기

미얀마 양곤의 환전소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세고 있다. 이라와디 캡처

미얀마 양곤의 환전소에서 한 직원이 달러를 세고 있다. 이라와디 캡처

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자국으로 입금되는 모든 달러를 현지 화폐 '짯'으로 무조건 교환하도록 명령했다. 예고 없는 강행조치에 현지 외국기업들은 '사업 철수'를 경고하고 나섰지만 군부는 요지부동이다.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경제위기가 더 심화하더라도 당장 필요한 국방비는 어떻게든 조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0일 이라와디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군부는 지난 3일 "미얀마 내 개인이나 회사가 외화를 벌어들일 경우 하루 내에 중앙은행 환율 기준으로 해당 자금을 짯으로 의무 교환해야 한다"는 내용의 외국환관리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외화를 해외로 송금하는 경우에도 군부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어길 시 법적 제재를 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군부의 통제를 받는 중앙은행은 이튿날 시중은행들에 즉시 시행을 촉구했다. 양곤의 한 외국기업 대표는 "현지 거래 은행이 4일부터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달러를 짯으로 바꾸지 않으면 중앙은행에 보고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계속 협박했다"며 "지속되는 압박에 달러를 짯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고, 결국 예금 가치의 12%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미얀마 중앙은행 환율은 현지 시장 거래 기준보다 10%가량 낮은 상태여서 환전은 곧 손실로 연결된다.

손해가 현실화하자 일본과 싱가포르가 가장 먼저 반발했다. 양국의 주미얀마 대사관은 8일 성명을 통해 "이번 규제로 외국기업들은 현지 사업 유지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 기업들을 새 규정 적용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400여 개의 기업이 현지에 진출한 일본은 미얀마의 최대 외국인직접투자(FDI) 국가이며, 싱가포르도 현지 산업단지 및 대규모 복합 부동산 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방 기업들은 현지 철수라는 극단적 방식을 거론하며 대응에 나섰다. 미국ㆍ호주ㆍ유럽연합(EU) 등 12개국 외국계 기업들의 연합체인 '양곤 기업협회'는 같은 날 "새 규정이 수정 혹은 폐지되지 않을 경우 우리 기업들은 미얀마를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미얀마 미국대사관은 "달러의 강제 교환은 미얀마로의 외화 송금을 막는 역효과만 발생시키고 결국 현지 현금 흐름과 물가 상황만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도 경고했다.

국내총생산(GDP)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외국기업들의 이탈 조짐에도 군부는 "결정을 번복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쿠데타 이후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대출이 막힌 군부 처지에선 달러를 구할 마땅한 선택지가 없는 탓이다. 현지 소식통은 "러시아ㆍ중국산 무기 구매 대금 납부와 정부군 전력 유지를 위해 외화 확보가 절박한 군부가 극단적인 방식을 선택했다"며 "군부 최고위선에서 직접 지시한 만큼 현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남아 유망 투자국'으로 불리던 미얀마는 쿠데타 이후 경제ㆍ산업 분야에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올해 미얀마의 경제성장률을 1% 이하로 예측했다. 미얀마 경제를 지탱하던 FDI가 군부 폭거에 반발해 계속 빠져나가는 이상 반전은 힘들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다. 실제 미얀마의 FDI는 지난해 7~11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0% 수준인 2억6,700만 달러에 그쳤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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