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피해 43년 동안 산에서 ‘서바이벌’ 생활한 ‘동굴 아저씨’ 근황

입력
2022.04.10 13:30
수정
2022.04.10 13:3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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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때 학대 피해 가출
산에서 수렵 채집 생활
2003년 세상 나와 생존기술 가르쳐

13세에 가출해 43년간 산속에서 생존 생활을 한 가무라 가즈마씨의 생애를 그린 NHK 드라마 '동굴 아저씨'의 한 장면. NHK 웹사이트 캡처

13세에 가출해 43년간 산속에서 생존 생활을 한 가무라 가즈마씨의 생애를 그린 NHK 드라마 '동굴 아저씨'의 한 장면. NHK 웹사이트 캡처


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를 피해 가출, 43년 동안 산속에서 산짐승 등을 잡아먹으며 생존했던 일본의 ‘동굴 아저씨’ 가무라 가즈마(75)씨의 근황이 최근 미디어에 보도되며 힘겨웠던 그의 생애가 재조명되고 있다. 현재는 과거의 ‘서바이벌’ 생활 경험을 살려 아이들에게 생존 기술을 가르치는 등 인생의 후반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그의 일생을 다룬 책 ‘동굴 아저씨’와 군마현 지역신문인 조모(上毛)신문 보도 등에 따르면 가무라씨는 1946년 군마현 미도리시의 가난한 가정 8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가무라씨는 형제 중 유달리 부모의 미움을 받았다고 한다.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거나 눈이 내리는 한겨울에 무덤 옆에 두고 밤새 방치하기도 했다. 아이들 중 가무라에게만 밥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13세 때 가출, 43년 동안 산속에서 생활한 '동굴 아저씨' 가무라 가즈마씨의 생애가 10일 일본 민영방송 TBS에서 다시금 재조명된다. TBS 방송 예고편 캡처

13세 때 가출, 43년 동안 산속에서 생활한 '동굴 아저씨' 가무라 가즈마씨의 생애가 10일 일본 민영방송 TBS에서 다시금 재조명된다. TBS 방송 예고편 캡처


견디지 못한 소년은 13세 때 가출, 다시는 집에 오지 않겠다며 30㎞를 걸어 산속으로 들어갔다. 배낭에 대량의 말린 고구마와 소금, 간장, 성냥 등을 채워 집을 나온 그는 이틀째 자신을 따라 온 애견 시로와 만난다. 시로와 함께 1주일 동안 걸었던 소년은 산 중턱의 동굴을 잠자리로 삼았다. 수렵 채집 생활을 하다가 곤충 등을 잘못 먹어 격렬한 복통을 겪는 등 생명의 위기도 여러 번 넘겼다. 하지만 이런 생활이 길어지며 활과 화살, 함정 등을 만들어 야생동물을 잡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무려 43년간 그는 아시오산의 동굴과 니가타, 후쿠시마의 산속, 이바라키 강가 등 자연 속에서 작은 동물이나 물고기, 멧돼지 등을 잡아먹으며 수렵 채집 중심의 생활을 계속했다.

그가 세상에 나온 것은 2003년 9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이바라키현의 자동판매기에서 동전을 훔치다가 체포됐을 때였다.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그의 생활이 언론에서 보도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를 조사한 경찰관도 그의 가혹한 생활을 동정해 속옷이나 비누 등 소지품을 주었다고 한다.

그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후 2005년 2월 군마현 기류시의 장애인 지원시설에서 일하게 됐다. 시설 직원은 당시의 가무라씨에 대해 “험악한 눈초리로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았다. 인간 자체를 불신하는 사람 같았다”라고 회고했다. 하지만 이후 인근 농가에서 블루베리 재배법을 배워 원내에서 수확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활 제작법 등 생존 기술을 가르치기도 하면서 점점 “눈이 부드러워졌다”고 그는 전했다.

13세 때 가출, 43년 동안 산속에서 생활한 가무라 가즈마씨가 자신의 경험을 정리한 책 '동굴 아저씨' 문고판 표지.

13세 때 가출, 43년 동안 산속에서 생활한 가무라 가즈마씨가 자신의 경험을 정리한 책 '동굴 아저씨' 문고판 표지.


가무라씨의 생애를 정리한 첫 책은 2004년 발행된 ‘동굴 아저씨’이다. 2015년에 후일담을 더한 문고판이 발행됐고, NHK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방영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가무라씨의 어린 시절에 초점을 맞춘 아동용 서적 ‘동굴 소년과 개 시로’가 출판됐고, 이달 10일에는 TBS 방송에서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현재 가무라씨가 가장 고대하는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단된 서바이벌 교실의 재개다. “대나무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실제로 쏘면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그 표정만으로도 기뻐진다. 코로나가 진정되면 빨리 재개하고 싶다”고 그는 기대하고 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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