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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하면 2년 내 50% 사망…대동맥판막협착증, 판막 교체가 유일한 치료법

입력
2022.04.11 18:40
수정
2022.04.11 20: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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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문동규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문동규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에 가슴을 열지 않고 대퇴부 동맥을 따라 심장 대동맥까지 접근해 판막을 넣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AVI 시술)'은 장점이 많은 시술"이라고 강조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문동규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에 가슴을 열지 않고 대퇴부 동맥을 따라 심장 대동맥까지 접근해 판막을 넣는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AVI 시술)'은 장점이 많은 시술"이라고 강조했다. 성빈센트병원 제공

심장은 2개 심방과 2개 심실로 이뤄져 있어 4기통 엔진처럼 온몸에 피를 공급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심장의 4개 판막(대동맥판막, 폐동맥판막, 삼천판막, 승모판막)은 심장의 큰 조력자다. 판막은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하면서 심장이 내뿜는 혈액이 일정한 방향으로 잘 흐르도록 통제하는 밸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심장에 있는 4개 방 가운데 마지막 방인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피가 온몸으로 나가는 곳에 자리 잡은 문이 바로 ‘대동맥판막’이다. 대동맥판막은 심장 출구인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동맥판막이 다양한 원인으로 딱딱해지고 좁아지면서 혈액이 잘 나가지 못하면 ‘대동맥판막협착증(aoric stenosis)’이 발생한다.

문동규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를 만나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알아봤다. 문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진행되면 2년 이내 50%가 사망할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이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

“대동맥판막협착증은 국내 인구의 1% 정도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진행되면서 계속 늘고 있다. 이 질환으로 진료받은 환자가 2011년 5,573명 2021년 1만8,775명으로 10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환자 10명 중 9명은 60대 이상으로 고령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3대 증상은 △흉통 △호흡곤란 △실신 등이다. 하지만 협착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환자 대부분이 건강검진이나 다른 증상으로 병원에서 청진을 하던 중 심장에서 잡음이 들려 진단된다. 협착이 심해지면 호흡곤란, 실신, 흉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나이 들면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 여기기 쉽지만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중증이면 2년 이내 사망할 가능성이 50%나 될 정도로 치명적이다.

평소 부모님이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럽다거나 △숨차서 똑바로 누워서 자기 어렵다거나 △움직일 때 특히 숨이 자주 차다고 하시면 심장판막 이상을 의심하고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65세 이상이거나 고혈압ㆍ당뇨병ㆍ흡연 등 심혈관 질환 위험 요인을 동반했다면 대동맥판막협착증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왜 발생하나.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다. 부드러웠던 판막이 나이가 들면서 석회화가 서서히 진행되면서 딱딱해지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소아청소년기에 앓았던 류마티스 열의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류마티스성 판막 질환과 선천적으로 대동맥판막에 구조적 문제가 있는 이엽성 대동맥판막 등이 있다. 20~30대에서 판막 이상을 보이는 경우 선천성일 가능성이 크며, 류마티스성 판막 질환은 감소하는 추세다.

병 진단은 청진만으로도 충분히 1차 진단이 가능하다. 협착이 초기더라도 심장 잡음은 크게 들리기 때문에 심장 잡음을 구분할 수 있는 의사라면 청진으로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후 의심되는 환자를 심장 초음파검사 등을 진행하며, 간혹 경계가 불분명하면 경식도 초음파검사나 심장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통해 판막 모양을 확인한다.”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약물로는 치료할 수 없다. 기능이 떨어진 판막을 제거하고 새로운 판막으로 교체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판막 교체법은 가슴을 열어 문제가 된 판막을 인공 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인 ‘대동맥판막치환술(SAVR)’과 가슴을 열지 않고 동맥을 통해 심장으로 들어가 판막을 교체하는 시술인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TAVI 시술)’이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수술이나 시술로 판막을 교체해야 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인 만큼, 환자 나이, 건강 상태 등을 토대로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 치료법을 택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젊고 근력이 좋으며 동반된 질환이 없다면 대동맥판막치환술을 받는다. 문제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 퇴행성 판막 질환이고, 대다수 환자가 고령으로 만성질환을 동반하고, 심장 기능 이상으로 수술을 받지 못할 때가 많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가운데 3분의 1 정도는 수술이 필요하지만 위험 때문에 수술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인공 판막을 삽입하는 TAVI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TAVI 시술을 시행하려면 환자의 대퇴동맥 혈관이 좋아야 한다. TAVI 시술은 대퇴부로 카테터를 넣어 대동맥판막으로 통과해야 하는데 동맥경화가 심하고 복부대동맥류 환자, 석회화가 심한 환자는 시술하기 어렵다.”

-수술 고위험군을 위한 TAVI 시술은 어떻게 진행되나.

“가슴을 열지 않고 대퇴부 동맥을 따라 심장 대동맥까지 접근해 판막을 삽입하는 방법이다. 사타구니 동맥을 통해 지름 5㎜의 얇은 관을 넣고, 그 관을 기존 판막이 위치한 심장의 대동맥까지 옮긴 뒤 그 자리에서 판막을 교체한다.

가슴을 열지 않고 진행하므로 시술 시간이 1~2시간으로 짧고, 입원도 3~5일 정도에 불과해 일상생활 복귀가 빠르다. 또한 통증이 적고 고령 환자의 수술 부담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전신마취 위험성이 심한 폐 질환자나 고령인 등 수술 고위험군에게 효과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다만 TAVI 시술은 인공 판막을 넣는 것이기에 혈전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시술 후 혈전을 예방하는 치료제를 쓴다. 치료제를 정해진 기간 잘 복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간혹 감염성 심내막염 위험과 치과 치료 때문에 항생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세세한 부분을 모두 기억하고 챙기기가 쉽지 않기에 순환기내과(심장내과) 의사를 주치의로 생각하고 상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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