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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면 아이 낳을 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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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유모차를 끌고 한가롭게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 이런 유모차의 십중팔구는 반려견을 산책시키기 위한 ‘개모차’다. 유모차 안에 개가 아닌 아이가 타고 있으면 더 놀란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81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할 정도로 출산율이 저조해 생긴 ‘웃픈’ 현상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 인프라 붕괴를 우려하며 의료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2010년 580곳이던 분만 병원이 2020년에는 230곳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고, 이마저도 매년 15~20곳씩 줄면서 10년 뒤면 분만 병원이 아예 사라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전 세계 꼴찌의 저출산이 주원인이지만 비합리적인 의료 제도도 분만 인프라 붕괴에 한몫했다.
경기 평택시에서 25년간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했던 김재유 원장은 지난해 분만 진료를 포기했다. 김 원장은 “산부인과 현실이 실로 우려된다. 산부인과 의사들을 만나면 분만 병원 의사에게 ‘아직도 분만 병원을 운영하느냐’고 걱정스럽게 묻다가 분만을 접었다고 답하면 잘했다고 격려할 정도”라며 “분만 병원은 물론 산부인과 자체도 계속 없어지는데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분만 인프라가 붕괴되는 원인을 꼽자면 우선 산부인과에 젊은 의사가 충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재 진료하고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의 25% 이상이 60세가 넘었다.
낮은 분만 건강보험 수가(酬價)도 산부인과를 기피하는 요인이다. 신생아 출생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자연분만 수가는 50만 원 안팎으로 고정돼 있고, 제왕절개술은 포괄수가제에 묶여 있다 보니 전망이 어두워서다.
의료소송 위험도 의대생들이 산부인과를 기피하게 만드는 큰 이유가 되고 있다. 한 산부인과 개업의는 “신생아와 임신부 사망 수치를 ‘0’으로 맞추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기 출생 때 불가항력으로 발생하는 의료사고 책임을 의사에게만 지우는 것은 가혹하다는 얘기이다.
분만 인프라 위기는 코로나19 유행으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길거리 출산’도 결국 분만 병원 부족이 빚은 재앙이다. 설령 코로나19 유행 때문이 아니더라도 고위험 임신이 계속 늘어나는데 분만 인프라는 날로 열악해지다 보니 임신부와 태아 건강이 위협받는 일이 왕왕 벌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만 인프라를 지키려면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 산부인과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체 병실 50% 다인실 규정이나 분만실ㆍ신생아실 인력 기준도 현장 상황에 맞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
의료 분야는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자유시장에만 맡겨둬서는 안 되는 주요 국가 인프라다. 출생아가 점점 줄어드니 분만 병원이 감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니냐는 안이한 시선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출산율 꼴찌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출산장려지원금 등으로 지금까지 모두 200조 원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다. 이제는 분만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건당국이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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