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는 '시한폭탄' 분노 조절이 어려우세요?

입력
2022.04.08 20:28
수정
2022.04.08 20:41
구독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분조장’이라는 말이 최근 인터넷에서 유행어가 되고 있다. 분노조절장애의 줄임말로, 사소한 일에 화를 참지 못하고 표출된 공격적인 행동 문제를 가리킨다. 사회 전반에 화가 많은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김종우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교수는 “최근 화병은 화를 내지 못하고 참아 병이 될 뿐만 아니라 화를 참지 못하는 충동장애로도 나타난다”며 “화병ㆍ스트레스 클리닉을 찾아오는 분노 표출형 환자들이 일상생활 어려움 및 정서적 고통을 호소한다”고 했다.

코로나19로 행동 반경에 제약이 생기고, 턱 끝까지 쫓아온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대한 두려움은 일상을 파고들었다.

또한 얼어붙은 취업 시장과 부동산 가격 폭등은 생존권을 위협하고 화병을 유발했다. 이로 인해 마음 속 울화는 분노할 대상을 찾게 된다. 최근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젠더 갈등, 소수자 혐오, 묻지마 범죄 등도 억압된 심리가 표출된 결과라 볼 수 있다.

◇주요우울장애ㆍ범불안장애, 화병 주증상으로 나타나

화병 환자의 축적된 스트레스는 충동적인 행동이나 공격적인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가 되며, 화병을 방치하면 폭력성뿐만 아니라 우울증까지도 동반할 수 있다.

실제 화병연구센터의 자료에서 첫 회기 방문 당시 화병과 같이 진단된 질환을 보면 △주요우울장애 63.8% △범불안장애 17.4% △공황장애 11.8% △감별불능신체형장애 8.7% △기분부전장애가 7.2% 등으로, 주로 주요우울장애와 범불안장애가 함께 나타났다. 화병은 정서적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발병하기 때문에 1인당 평균 1.8개의 진단을 받으며, 신체화 장애와 우울증 복합이 가장 많았다.

김종우 교수는 “스트레스를 겪게 되면 화병 증상으로 연결이 되고 우울한 기분에 빠지기 쉽다”며 “오랜 기간 누적된 억울한 감정은 분노보다 우울이나 불안 증상을 많이 가지고 화병의 신체 증상을 뚜렷하게 나타내게 된다”고 했다.

따라서 화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분한 감정을 쌓아두지 말고 조기부터 화병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지속적 분노로 일상생활 어려우면 진단 받아야

자신의 감정을 질병으로 자각하고 병원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지속적인 분노로 일상생활이 어렵다면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즉 △억울하고 분한 감정이 조절되지 않아 사소한 자극에 반응하거나 스트레스와 관련이 없는 다른 사람에게까지도 화를 내는 경우 △우울증(기분장애)으로 진단받고 치료 중이지만 치료가 잘 되지 않으면서 답답함과 치밀어 오름 등의 신체 증상이 있는 경우 △매사에 짜증이 나고, 쉽게 분노가 나면서 최근에는 심해져서 신체 증상이나 분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 △가슴 답답함, 심장의 두근거림, 치밀어 오름 등의 증상이 있지만, 순환기 혹은 호흡기 내과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경우 등이다.

고열, 옆구리 통증 등 화병 증상으로 일반 병원을 찾아도 별다른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화병은 신체 증상을 조절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의학에서는 인간 감정이 신체의 오장 육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여긴다”며 “이에 따라 어혈을 없애서 기와 혈을 순환시키는 치료와 정서를 안정시켜주는 정신 요법을 동시에 진행하므로 효과적으로 화병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한의학에서의 화병 치료는 △침 △한약 △뜸 △한방정신요법 등을 활용한다. 침과 한약 치료를 통해 답답함이나 숨이 차는 증상 조절을 하고, 한방정신요법을 통해 정서나 행동 문제를 개선한다.

또한 한약은 기를 풀어주고 치밀어 오른 기는 내려주는 원리로 한약재를 사용해 기 순환을 활발하게 하며, 정신 요법은 마음 안정과 평정심을 유지하도록 호흡과 명상을 진행한다.

김종우 교수는 “화를 참는 것도,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내는 것도 건강에 좋지 않다”며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 개선과 스스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