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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 갑니다

입력
2022.04.09 04:30
22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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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노란 병아리들이 줄 맞춰 종종거리는 모습이 가락과 함께 떠오른다. 이 예쁜 노래의 제목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나리 나리 개나리'라고 답하지만, 실은 '봄나들이'이다. 봄이 왔다. 날씨가 풀리고 꽃이 흐드러지게 피면서 산으로 공원으로 '봄맞이'하러 간다. 봄 경치를 구경하며 즐기는 것이 곧 '봄놀이'이고 '상춘'이니, 봄놀이란 놀 준비도 특별히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두루 어울릴 수 있는 봄나들이는 자연이 거저 주는 선물이다.

손잡고 나갈 가족이나 친구가 있으면 더없이 좋다. 하나라도 더 들고 나서려는 어머니와 하나라도 두고 가려는 아버지의 아기자기한 실랑이를, 나들이 기대에 들뜬 아이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봄이면 사람들은 봄을 탄다. 봄기운은 지면만 녹이는 것이 아니다. 마음 한구석에서 꿈틀거리는 봄기운에 마음이 들뜨지만, 봄을 타는 것이야말로 행복을 맛볼 기회이다.

나고 드는 것을 합친 '나들이'는 집을 떠나 가까운 곳에 잠시 다녀오는 일을 뜻한다. 그러나 '나들이옷, 나들잇길, 나들이 도시락' 등은 삶에 즐거움을 주는 조각들이다. 시절마다 다 있는 '나들이 철'이지만, 창 앞에서 꽃을 피워 사람들을 집 밖으로 불러내는 봄나들이는 그 위력이 대단하다. 겨울 아기는 이맘때야 '첫나들이'를 하는데, 예전에는 갓난아기가 첫나들이를 할 때 코끝에 숯칠을 했다고 한다. 세상을 향한 첫걸음에 잡귀의 침범을 막기 위해서란다. 첫나들이는 시집온 새색시가 처음으로 친정집에 가는 여정을 뜻하기도 한다. 폐쇄적인 문화에다가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그때에, 친정 부모를 뵙기로 작정하기란 쉽지 않았다. 오죽하면 간다 간다 하면서 벼르기만 하고 떠나지 못한다는 말을 '새 며느리 친정 나들이'라고 했을까? 문밖을 나서는 걸음이 얼마나 설렜을지 감히 짐작이 안 된다.

2022년 새해, 한 커피회사에서는 올해의 소원을 물었는데, 전국 방방곡곡 누비기, 콧바람 쐬러 가기 등의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한국말에서는 쉴 목적으로 밖으로 나가는 것을 재미있게도 '콧구멍에 바람 넣으러 간다'고 한다. '봄꽃도 한때'라는 말처럼, 봄꽃은 원래 오래 가지 못한다. 그렇게 봄도 꽃도 청춘도 한철이다 보니, 더욱 열성으로 봄나들이를 하는 것일까? 일렁이는 꽃그늘 아래, 봄나들이하기에 오늘 하늘이 딱 좋다.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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