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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학생도 수능처럼 중간고사 치른다고? 난감한 교육부

입력
2022.04.07 18:30
수정
2022.04.0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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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과 달리 학교별 일정 따라 며칠씩 치러
확진학생 별도 시험장, 응급대책도 마련해야
"검토해보겠다"는 교육부, 속으론 부글부글

지난달 24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조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4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조원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학생들도 대면 시험을 치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시험관리 계획을 마련하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건데 정작 교육 당국은 난감하단 입장이다. 방역 당국이 교육 당국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덜렁 공을 떠넘긴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7일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시험관리 운영계획을 바탕으로 개별 학교에 적용해도 추가 전파에 부가적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대면 시험이) 가능한 것으로 본다"며 "교육 당국이 운영계획을 먼저 마련하고 협의가 이뤄지면 방대본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위원장 "중간고사 시험 볼 수 있게 하라"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확진자들이 공무원 시험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 전국 시험에 응시한 전례가 있는 만큼, 관리 계획만 제대로 마련되면 학생들의 중간고사 응시도 가능하지 않겠느냔 얘기다.

여기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까지 가세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코로나19 비상대응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이미 확진자가 대면 진료를 받고 약국에서 처방약을 받아갈 수 있는데 중간고사 응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마스크를 착용하고 별도 공간에서 시험 보도록 할 수 없는지 정부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넘겨받은 교육당국은 당황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공무원 시험이나 수능은 지정된 일자, 장소에서 단 하루 만에 끝나는 시험이지만, 중간고사는 4월 말쯤 각 학교별 일정에 따라 3~4일간 치러지는 시험이라서다. 각 학교별로 각 날짜에 맞춰 시험에 응시할 확진 학생들의 격리 등 방역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지난 2년간 교육부는 '인정점 부여'로 대체해 왔다. 인정점 부여란, 확진자와 자가격리자의 중간·기말고사 응시를 금지하는 대신, 그 이전 혹은 이후 치른 평가에서 받은 성적을 기준으로 점수를 주는 것이다. 이번 중간고사도 이 원칙에 따라 치르겠다고 그간 밝혀 왔다.

별도 시험장 등 준비해야 ... "너무 쉽게 생각" 불만

이런 상황에서 인수위에서는 시험을 치르게 해줘야 한다, 방역 당국에서는 응시를 위한 학생 확진자들의 외출을 허용해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교육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4월 말 중간고사를 치르는 중고등학생은 지난해 기준 5,696개교, 266만여 명 규모다. 확진 학생이 학교에 따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별도의 시험장도 마련해야 한다. 확진 학생의 상태가 악화될 때를 대비한 응급이송 체계도 갖춰야 한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개별 학교들이 이 준비를 다 하기엔 버겁다. 당장 교원단체에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계자는 "지금은 확진 교사를 대체할 인력 확보조차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인데, 확진 학생을 위한 여러 준비 작업을 중간고사 전까지 다 해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한 고등학교 교사는 "중간고사 시험 당일 코로나19 때문에 몸이 아픈 학생이라면 굳이 시험을 봐야 하느냐"며 "일부 학부모 여론만 의식한, 너무 섣부른 얘기"라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당황스럽지만 검토는 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단 각 시도교육청과 협의하는 등 검토를 시작하겠다"면서도 "학교마다 일정이 다 다르고 3~4일에 걸쳐 진행되는 중간고사를 방역 당국이 당일 하루에 치르면 되는 수능과 동일하게 생각한 것 아니냐"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윤태석 기자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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