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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광역 메가시티’ 두 세 개만 구축해도 새 정부 지역균형 발전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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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가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전격 설치하고, 윤석열 당선인이 특위를 임기 내내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건 매우 주목할 만한 일이다. 대선공약에서조차 두드러진 내용이 없었던 어젠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역균형발전(이하 균형발전)을 새 정부 핵심 전략과제로 설정한 건 국가의 지속발전과 국민 다수의 삶의 질을 좌우할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실제 균형발전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노무현 정부 이래 역대 정부에서 균형발전책을 표방했지만 뚜렷한 성과는커녕 되레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한 것만 봐도 그렇다. 저서 ‘지방도시 살생부-압축도시만이 살길이다’(개마고원 발행) 등을 통해 균형발전론을 펴온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로부터 정책 차원의 균형발전 개념, 균형의 공간적 단위, 자족적 경제생태계를 갖춘 ‘메가 리전’ 구축 방안 등을 듣는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역균형발전특위를 구성하고 새 정부 양대 전략과제로 '국민통합'과 함께 '균형발전'을 설정했다. 국가전략으로서 균형발전의 개념은 뭔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개념 자체가 지역의 경제 생산력부터 삶의 질에 이르기까지 복합적 요인을 포괄하는 것이다. 단어 뜻만으로는 ‘지역이 균형을 이루면서 발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떤 지역단위 사이의 균형을 말하는가, 또는 어떤 균형인가에 따라 실제 정책은 다양하게 시행될 수 있다. 반대는 불균형발전인데, 특정 지역은 발전하는 반면 다른 지역은 퇴락하는 상태다. 그렇게 되면 발전지역으로 인구와 산업이 빨려 들어가 퇴락지역은 결국 소멸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퇴락ㆍ소멸지역 거주민들의 삶의 질 또한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균형발전은 모든 지역에서 최소한의 삶의 질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역대 정부 균형발전책 실효적 성과 못 내…수도권 집중 되레 가속화"
-윤석열 당선인과 새 정부가 또다시 균형발전을 전략과제의 첫머리에 올린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적잖이 놀랐다. 당선인 공약에서도 관련 내용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균형발전에 국정의 무게를 둔 건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노무현 정부 이래 그동안 역대 정부마다 균형발전책이 가동됐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일례로 국토의 공간 쏠림 현상은 점점 심해져 2013년만 해도 전체 228개 기초지자체 중 32.9%인 75곳이 소멸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2019년엔 97곳 42.5%로 되레 크게 늘어났다. 이런 식으로 공간 쏠림 현상, 또는 불균형발전이 계속되면 국가발전도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 부동산과 인구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균형발전 정책은 여전히 시급하고 절실하다. 새 정부가 그 점을 직시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균형발전책은 무엇이었고 성과를 평가한다면.
“균형발전책을 본격 추진한 건 노무현 정부부터다. 혁신도시 기업도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겠다고 했고, 그런 도시들을 균형발전의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 땐 국가 단위의 국제경쟁력 대신, 지역을 국제경쟁력을 갖는 경제권역으로 키운다는 생각을 했다. 일종의 광역지역경제권, 또는 ‘메가 리전(Mega Region)’이라고 할 수 있다. 전국을 5대 광역경제권으로 나눠 선도산업을 선정해 육성하는 식으로 균형발전 정책을 폈다. 박근혜 정부에선 광역경제권 육성 구상이 너무 넓고 막연하다는 점, 지역민들이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 균형발전책을 비판하면서 ‘행복생활권정책’으로 간다. 잘나가는 지역과 어려워지는 지역을 묶어 응급의료센터 같은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전반적으로 보면 좀 세심하지만 소박한 정책으로 물러섰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도시재생뉴딜사업’과 ‘지역균형발전 뉴딜정책’ 등 두 가지를 내세웠고, 노무현 정부를 이어 ‘혁신도시 시즌2’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지부진했고, 혁신도시 시즌2는 전혀 이행되지 못했다. 지역균형발전 뉴딜정책의 많은 부분은 그저 지역사업일 뿐이었다. 후반 들어 부ㆍ울ㆍ경 등 지방 주도의 ‘메가시티’ 구상이 제시되자 중앙정부가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정한 것 정도다.”
-지금까지 균형발전책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 왜 불균형이 지속해왔고 가속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없었고 둘째, 균형발전에 대한 큰 그림이 없었다. 특히 어떤 지역, 어떤 공간단위들이 서로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상이 기본인데, 그런 구상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단순한 지역정책이나 지역사업들이 균형발전책으로 포장되기도 하고, 헷갈리기도 했다. 결국 자족적 산업생태계와 교육 인프라 등 정주요건을 갖춘 거점 지역을 구축하지 못했다. 사실 우리나라 불균형발전은 산업구조 변화랑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일례로 70년대 이후 산업단지 배치 등을 통한 국토 거점개발 방식이 체계화했는데, 그런 개발지역이 이촌향도를 거쳐 거점도시로 발전했다. 또 90년대 탈공업화가 진행되면서 수도권 외곽으로 제조업이 이동하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수도권과 지방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면서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10년대부터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뀐다. 그 전까진 사람들이 기업과 직장을 따라 이동했다면, 네이버든 카카오든 4차 산업혁명 첨단기업들은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인 인재 확보가 용이한 곳으로, 기업이 사람을 쫓아 이동하게 됐다. 그렇게 신산업 기업이 인재를 쫓아 수도권으로 집결하고, 청년은 또 그렇게 모인 기업의 일자리를 쫓아 다시 수도권으로 모여들면서 2010년대부터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에서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불균형이 가속화한다. 바로 이런 상황이 지금 인구와 산업의 수도권 집중을 설명하는 배경인 것이다. 이런 걸 분석하고 정책을 펴야 한다는 얘기다.”
-새 정부 균형발전책이 지향해야 할 전략적 방향은.
“지금 세종시 대통령 제2집무실이 거론되고 있고, 산업은행 지주사 부산 이전 등이 관심사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상징적 조치일 뿐, 균형발전의 충분조건은 결코 될 수 없다. 일종의 행정도시인 세종시조차도 그 자체로는 균형발전에 효과를 내긴 어렵다고 본다. 정부나 공공기관을 이전한다거나, 공기업 몇 개 지방으로 이전하는 식의 파편화된 정책으론 균형발전이 헛돌 수밖에 없다. 불균형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균형발전의 공간 단위를 명확히 하며, 에너지를 모을 거점을 설정하고, 거점과 비거점을 연계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 그 과정에서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등 과거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의 키워드였던 ‘거점’ ‘광역경제권’ ‘연계 행복생활권’ 등에 담긴 장점을 포용적으로 계승해 적용할 필요도 크다.”
■수도권과 지방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 추이
-과거에도 그랬고, 새 정부에서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 균형발전책은 결국 지역에 특화산업 기반을 갖추고, 그게 일자리와 정주 인프라, 인구를 결집시키도록 하는 방식일 것 같다. 메가 시티니, 지역과 지역을 묶는 특구 역시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다. 문제는 지역별 특화산업을 어떻게 선정하고 육성하느냐인데, 좋은 방안이 있는가.
“사실 과거 임해공업단지니 뭐니 하는 식의 입지 요소는 덜 중요해지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각 지역에서도 특화산업 기반에 대한 전략적 입장 없이 그때 그때 유행에 따라 바이오니 인공지능이니, 로봇이니 수소니 그럴듯한 산업을 자기 지역의 특화산업으로 내세우는 상황이다. 그 결과 지역별로 주장하는 특화산업이 적잖이 겹치고, 특화산업 전략 자체도 오락가락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이 부분에서 중앙정부의 조정 역할이 절실하다고 본다. 지역이나 지자체에서 올라오는 의견과 주장을, 중앙정부에서 전문적 판단을 통한 조정과정을 거쳐 특화산업을 어느 정도는 정해주는 방식이 효율적일 것 같다는 얘기다. 물론 특화산업은 한 종류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유기적 클러스터 방식이 바람직하다.”
-윤석열 당선인은 최근 지역균형발전특위 간담회에서 “지방의 분권과 자치, 자주성, 재정의 독립성에서 지방 발전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어떤 정책이 실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윤 당선인 측이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묶어서 접근하려는 입장을 보이는데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균형발전특위에 자치분권 전문가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본다. 그런데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보완적 관계이기도 하지만 상충적 관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지금 상태에서 자치분권이 강화된다면, 자치체별로 경제상황이나 재정여건의 편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되레 균형발전보다는 불균형발전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이 보완적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중앙 보조금이나 예산 지원, 산업배분 등에서 자치제 편차를 조정하는 장치 같은 게 반드시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본다.”
-균형발전 지역거점과 관련해 인수위 측은 ‘지역과 지역을 묶는 하나의 특구’라는 표현을 쓰고, 기존에는 메가 시티, 또는 광역 메가 시티라는 개념도 있었다. 일각에선 도시보다는 클러스터 개념을 염두에 둔 메가 리전을 거론한다. 균형발전책에서 지역거점의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부울경 메가 시티 논의와 관련해 특별지자체 등 여러 용어가 혼재하는 게 사실이다. 특별지자체는 메가 시티를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재편하기 전에 과도기 단계에서 광역 인프라 등의 공유와 관리 등을 위한 일종의 지주회사 비슷한 기구라고 보면 된다. 초광역도시든 메가 시티든 메가 리전이든, 또는 메가 시티 리전이든 균형발전의 축은 본질적으로 자족적 산업생태계와 인프라를 갖춘 초광역 지역거점을 의미한다고 보면 될 듯하다.”
-새 정부 임기에서 실현 가능한 메가 시티 대상지를 꼽는다면.
“섣불리 얘기하기 어려운 민감한 문제다. 다면 부울경 메가 시티는 거론되는 지역 중 가장 진전이 빠르다. 또 사상 처음으로 균형발전의 거점기획이 지역에서 나왔고, 중앙정부가 그걸 지원하는 체제가 형성됐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 당장은 진통이 적지 않지만, 모범적인 사례로 성공하기를 바란다. 다른 메가 리전 형성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부울경 외에 대구ㆍ경북, 충청, 광주ㆍ전남 등의 지역에서도 메가 리전, 또는 메가 시티 논의가 활발한 게 사실이다. 나는 새 정부에서 그중 수도권 외에 2~3개 메가 리전만 잘 육성해도 큰 성공이 될 것이라고 본다.”
-자족적 메가 시티 조성을 위해서도 2단계 공공기관 이전 역시 중요하다. 당장 윤석열 당선인의 세종 제2집무실 설치 계획이나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도 같은 맥락이라고 보는데, 어떤 접근법이 효과적이라고 보는가.
“정부나 공공기관 이전에 앞서 민간 기업과 일자리가 현지에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의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 지역의 기업유치를 위한 인센티브가 대폭 강화될 필요가 있고, 인재 확보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공공기관 이전은 그런 큰 기획 속에서 검토되는 게 바람직하다.”
-지방대학을 육성해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것 역시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에 포함됐다. 지방 부실 대학을 구조조정하고, 거점대학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방향인데, 지방 거점대학 육성을 위한 방안을 제안한다면.
“우선 지방 거점대학은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 거점에 원활한 인재를 공급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육성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4차 산업혁명기를 맞으면서 요즘 기업들의 가장 중요한 입지 결정요인은 인재 확보의 편의성이다. 따라서 지방 거점대학이 좋은 인재의 공급망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 거점대학 육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 1인당 투입 교육비가 수도권 대학에 못지않은 수준이 되도록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아울러 기업의 요구에 맞춰 지역 거점대학이 전공과 커리큘럼을 신속하게 개발하고 신설할 수 있도록 협력체제를 긴밀하게 구축해야 한다. 지금 특성화 전공이나 특성화 대학 시스템을 확대 강화하자는 얘기다.”
-광역 메가시티가 구축되려면 지방행정 체제도 개편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행정체제가 바뀌면 지방의회도 변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부울경 메가시티 추진과정에서처럼 지자체 간 이해갈등이 빚어지기 십상이다.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행정구역을 포함한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지역 간 경쟁 요소 같은 걸 제외해도, 당장 정치적으로는 각종 선거구 문제가 걸려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부울경처럼 한시적으로나마 중간단계로서 특별지자체 등을 통해 지역이 초광역으로 협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점차 긴밀하게 행정적 통합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중요한 건 행정체제와 관계없이 균형발전은 메가 리전이라고 할 만한 광역, 또는 초광역을 단위로 추진돼야 하며, 그래야 자족적 산업생태계 등의 조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모범이 될 만한 균형발전책에 성공한 나라의 모델이 있는가.
“4차 산업혁명 등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균형발전 정책은 선진국에서도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최근 산업구조 변화가 격심하고 이전과는 아주 다른 차원의 불균형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모범적 선례는 아직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대부분 주요국들 역시 초광역 메가시티, 또는 메가 리전이라고 할 만한 다수의 공간단위를 염두에 두고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는 게 대세처럼 보인다. 일본 지자체들의 과도적 광역협력기구인 ‘간사이연합’, 프랑스의 ‘메트로폴’ 8대 핵심지역을 근간으로 한 영국의 ‘시티 리전’ 등이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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