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항호르몬 치료 효과 예측하는 모델 개발됐다

입력
2022.04.06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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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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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환자에게 시행하는 ‘내분비 치료(항호르몬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요인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안성귀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교수와 지정환 국제성모병원 외과 교수 연구팀은 TP53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유방암 환자의 경우 항호르몬 치료에 대한 저항성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TP53 유전자는 종양 증식을 억제하는 항암 단백질로, 이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기면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연구팀은 TP53 돌연변이가 ‘에스트로겐 수용체(ER) 양성(+)’과 ‘인체 상피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2(HER2) 음성(-)’ 유방암(이하 ER 양성/HER2 음성 유방암)의 내분비 치료 효과를 저해한다는 선행 연구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2011~2020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한 유방암 환자 중 온코타입 검사와 TP53 유전자 검사를 시행한 환자 141명과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암유전체지도(TCGA) 데이터를 통해 얻은 ER 양성/HER2 음성 유방암 환자 356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TP53 돌연변이 여부에 따라 온코타입 Dx 점수를 비교한 결과, 변이가 있는 환자군에서 평균 온코타입 Dx 점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30 vs 16.41).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TP53 돌연변이 여부에 따라 온코타입 Dx 점수를 비교한 결과, 변이가 있는 환자군에서 평균 온코타입 Dx 점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30 vs 16.41).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그 결과, 전체 141명의 유방암 환자 중 18명(12.8%)에서 TP53 돌연변이가 확인됐다. TP53 돌연변이가 없는 환자(16.41)보다 변이가 있는 환자(30.00)의 평균 온코타입 Dx 점수가 확연히 높았다.

온코타입 Dx 검사는 유방암 예후와 관련되는 21가지 유전자를 추려 ER양성/HER2음성 유방암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고 항암화학요법 치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널리 사용하는 다중 유전자 검사법이다.

일반적으로 온코타입 점수가 높을 경우 내분비치료 실패율이 높다고 보는데, 지금까지 TP53 돌연변이와 온코타입 점수의 연관성은 연구되지 않았다.

TP53 돌연변이와 온코타입 Dx 점수는 조직 등급이 낮거나, ki-67 지표에서 암세포의 증식 능력이 낮은 저위험 환자군에서도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환자 예후가 좋더라도 TP53 유전자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하면 내분비 요법 저항성을 예측할 수 있어 유방암 치료 계획 수립을 돕고 치료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안성귀 교수는 “전체 유방암의 70%를 차지하는 ER 양성 유방암은 수용체와 에스트로겐이 결합해 발생한다. 이 경우 에스트로겐을 차단하는 내분비 요법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연구로 내분비 요법 효과를 쉽게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 밖에 TP53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군에서 노화ㆍ세포 주기와 연관된 유전자의 발현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온코타입 Dx 검사에 사용되는 유전자도 포함돼 있어 향후 TP53 돌연변이를 중심으로 한 분자생물학적 추가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파트너 저널인 'npj 유방암(npj Breast Cancer)’에 실렸다.

안성귀(왼쪽)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지정환 국제성모병원 교수

안성귀(왼쪽)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 지정환 국제성모병원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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