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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시작과 끝은 비판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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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비판 기사들이 쏟아진다. 그런데 아프기는커녕 조금은 짜증이 난다.”
대선을 앞둔 지난겨울, 캠프 관계자와의 자리. 귀를 의심해 되물어 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정치인이 비판과 견제가 언론의 본령임을 모를 리 없는데, 의아했다. 이 관계자의 얼굴에 거짓이나 허풍의 기색이 없었다. 비판 기사가 아프지 않다는 말에서 확신이 느껴졌다.
그럴 수 있다. 비판이나 지적, 견제를 온전히 즐겨 받아들일 사람은 없다. 언론이 쓴 기사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보나 비판을 위한 비판, 일방의 주장만 담긴다면 더 그렇다. 선거를 돕다보니 온갖 격무에 시달려 개인 소회를 털어놨을 수 있다. 이 관계자가 대선 후보의 의중을 전달하러 나온 사람도 아니지 않는가. 무시하면 될 발언이라 돌아섰는데, 그날의 꺼림직함이 봄날 지금까지 남았다. 대선 후보를 겨냥해 쏟아진 비판 기사는 대개 가족에 대한 의혹, 후보의 실언, 선대위 잡음과 관련한 것이었다. 당시 기사들을 되짚어 봐도 대체로 국정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은 유력 후보를 검증하는 차원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개운치 않은 건 무시당한 언론의 자존심 때문이 아니었다. 기시감 때문이었다. 비판과 견제를 무시하고 곡해한 정권의 뒷모습을 몇 번이고 지켜보지 않았던가. 안타깝지만 박근혜 정부는 비판과 견제를 대통령을 흔들려는 세력으로 받아들였다. 대통령이 탄핵 직전 보수 성향 개인 인터넷 방송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장면이 단적인 예였다. 세월호 참사, 문고리 3인방 논란 등 결정적인 국면마다 언론이 전달한 민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를 반면교사 삼은 문재인 정부에 민심은 열광했다. 대통령이 양복 상의를 벗어 던지고 커피를 들고 참모들과 청와대를 거니는 모습은 신선했다. 전임 대통령 때 참모와 장관들이 대통령을 쉽게 ‘알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오버랩됐다.
안타깝지만 거기까지였다. 청와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국민에 친근함을 표현하는 데엔 익숙했지만, 언론 비판과 견제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건 전임 정권과 매한가지였다. 탈원전ㆍ증세 등 정책에 대한 비판부터 사저, 자녀들의 거취 문제 등까지 속 시원히 언론의 질문이나 비판에 답해준 적이 있던가. “저는 저하고 생각이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일방적인 공격에 대해서는 정말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보수 진영의 비아냥 소재가 된 것도 어찌 보면 자초한 일이다.
윤석열 당선인도 소통을 고리 삼아 ‘나는 달라’를 선언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다는 발표를 홀로 45분에 걸쳐 브리핑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 앞에 천막 기자실을 세우고 매주 2, 3번가량 언론과 간단한 대화도 나눈다. 취임 뒤 기자간담회를 자주 하겠다는 약속은, 스킨십 좋아하는 윤 당선인의 스타일에 비춰보면 지킬 가능성이 높다.
‘소통’ 대통령이 되려는 윤 당선인이 꼭 알았으면 하는 한 가지. 스킨십은 과정일 뿐, 소통의 시작과 끝은 비판과 견제를 받아들이는 자세에 있다는 점이다. “확실히 주변과 대화를 즐기신다. 그러나 이견을 잘 받아들이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던 한 정치인의 평가는 3월 9일을 기해 유통기한이 지났으리라 믿는다. 마침 신문의 날(7일)을 맞아 약속도 했다. "민심을 가장 정확히 읽는 언론 가까이에서 제언도 쓴소리도 잘 경청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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