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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러 고립작전, 중동·아시아 곳곳에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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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현안과 외교안보 이슈를 조명합니다. 옮겨 적기보다는 관점을 가지고 바라본 세계를 전합니다.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러시아 고립 작전에서 아프리카보다 큰 구멍이 난 곳은 중동과 서남아시아다. 미국의 전략적 동맹인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는 물론 대중국 봉쇄 안보협의체 쿼드(QUAD)의 일원인 인도까지 이탈했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을 상대로 공조를 이끌어 내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지역 강국들의 집단이탈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를 지켜봐야겠으나 미국의 영향력 축소는 불가피할 수 있다.
사우디와 UAE의 행보는 친러가 아닌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반감에 가깝다. 사우디는 인권을 앞세운 바이든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다. 바이든이 먼저 실세인 모함메드 빈 살만 왕세제가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에 개입한 것을 이유로 대화 상대에서 배제했다. 사우디와 UAE는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에 미국이 강경 대응하지 않는 것에도 불만이 크다. 이란 지원을 받는 후티는 UAE의 수도 아부다비를 미사일과 무인기로 공격한 바 있다.
결국 두 나라는 고유가를 막기 위한 바이든 정부의 원유 증산 요청을 딱 잘라 거절했다. 사우디는 대중국 수출 원유의 위안화 결제까지 검토 중이다. UAE도 러시아와 관계를 복원시켜 신흥 부호인 올리가르히의 자금을 유입시키고 있다. 미국 언론인 로버트 카플란은 “도덕적 명령에 따른 정책은 극단주의가 될 위험이 있는데 종종 비도덕적인 것을 용납하지 않는 태도를 수반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인권 외교가 자초한 결과인 셈이다.
친미국가인 이스라엘의 줄타기는 러시아가 중동에 영향력을 미친다는 게 배경이다. 보다 큰 적인 이란 등 시아파 세력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 지지가 필요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보폭을 넓혀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직접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 중재까지 하고 있다.
누구보다 미국을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인도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러시아에 폭력 종식을 촉구하면서도 직접 비난하지 않고 있다. 유엔의 러시아 비난 결의에 기권하고 제재에도 불참하면서 한편으로 러시아산 원유의 할인 구매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바이든은 이런 인도를 향해 “불안해 보인다”는 경고까지 밝힌 상태다. 그러나 양국은 냉전 시기부터 경제·군사적으로 밀접했고 특히 카슈미르 분쟁에서 러시아는 항상 인도를 지지했다. 우익세력을 중심으로 지지 집회가 열릴 만큼 여론도 러시아에 비판적이지 않다.
서방의 러시아 악마화에 반대하는 곳은 중국 베트남도 마찬가지다. 중국 언론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가피한 결정이란 프레임 속에서 보도하고 있다. 베트남은 보도의 양과 ‘침략’이란 단어 사용을 제한하는 일종의 친러 보도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엉클 푸틴’의 팬을 자처하는 여론까지 나타나는 것을 보면 오랜 러시아와의 끈끈한 관계가 작용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유럽과 동아시아에서 동맹 강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중동과 아프리카 서남아시아에서 냉전 이후 미국 주도의 단극 체제가 무너지는 모습도 함께 드러내고 있다. 물론 러시아는 이번 사태로 그간의 외교적 자산을 거의 소진하며, 허약한 국력까지 노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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