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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ID, 전략자산, 쿼드… 북한, 尹 정부 '한미 밀착'으로 전선 확대

입력
2022.04.0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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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책협의단, 미국에 복종 시사"
'동맹 강화 반발' '미중갈등 편승' 의도

박진(오른쪽)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이 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보내는 친서를 전하고 있다. 한미정책협의대표단 제공

박진(오른쪽) 한미정책협의대표단 단장이 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보내는 친서를 전하고 있다. 한미정책협의대표단 제공

서욱 국방부 장관의 ‘선제타격’ 발언을 빌미로 연일 대남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이 ‘한미 공조 체계’로 전선을 넓혔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전략자산, 쿼드(Quad) 등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제시한 동맹 강화의 조건을 문제 삼아 다양한 도발 명분을 축적하고 있는 것이다. 미중갈등에 편승해 한반도 대결 구도를 꾀하려는 의중도 감지된다.

북한은 6일 선전매체를 대거 동원해 10여 개의 서 장관 비난 기사를 쏟아냈다. 대부분 인신공격으로 일관했지만, 윤 당선인이 미국에 파견한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을 겨냥한 보도도 있었다. 조선신보는 “(대표단 파견은) 남조선 새 정부가 미국의 이익에 철저히 복종될 것임을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한미관계를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하기를 원하는 차기 정부의 구상을 ‘주종관계’로 깎아내린 것이다.

북한은 윤 당선인의 한미동맹 강화 방안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공조 개선의 큰 줄기가 ‘확장억제’에 있기 때문이다. 대표단은 5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문제를 협의했다고 전했다. 전날엔 북한이 극렬히 반발하는 CVID 카드도 꺼내 들었다. 모두 북한을 옥죄는 정책으로 강하게 맞서지 않으면 국가의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거꾸로 ‘한미의 군사적 위협이 점증하는 만큼 추가 도발은 정당하다’는 좋은 구실도 될 수 있다.

차기 정부가 참여를 저울질하는 ‘쿼드(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안보협의체) 워킹그룹’에 비난을 집중시킨 점도 눈에 띈다. 매체는 “신(新)냉전 구도 속에서 미국과 함께 ‘안보를 피로써 지키겠다’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안보 전문가들은 북한이 직접적 위협 대상이 아닌 쿼드를 언급한 것엔 중국을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지적한다.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한 쿼드의 부당성을 부각해 이 참에 과거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를 재현하려는 노림수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진짜 의도가 무엇이든 관건은 북한이 한미 양국의 밀착을 지렛대로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경우 실질적 대응 수단이 있느냐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CVID와 관련, “(현 정부가 사용하는) ‘완전한 비핵화’와 같은 선상에 있다”면서도 “개념 논쟁으로 되돌아가기보다 높아진 위협을 어떻게 가라앉히고 변화시킬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용어를 둘러싼 말 싸움은 대책은 없고, 소모적 논란만 일으켜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가뜩이나 지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통로도 사실상 막혀 있는 상황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 내보일 카드를 간파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공격할 수 있는 한미의 모든 약점을 근거 삼아 메시지와 무기 실험 등을 통해 위기를 끌어올리고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쥐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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