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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감염될 걸 그랬어요" 이제 비확진자가 눈칫밥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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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확진되지 않은 사람들이 눈칫밥을 먹어야 하나요. 여태껏 조심 잘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감염이 안 돼서 오히려 더 불안하고 불편해진 것 같아요."
코로나19 비확진자인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30대 최모씨는 5일 "요즘엔 수시로 '차라리 감염되는 게 나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예전엔 확진자가 죄송해 하는 분위기였다면, 여기저기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이젠 자기가 민감한 사람 취급을 받는 것 같아서다.
여전히 감염에 조심하는 자신을 두고 이미 감염된 사람들이 '유별나다'며 핀잔을 주는가 하면, 회식 때 구석에서 마스크를 썼다는 이유로 잔소리를 듣기도 했다. 최씨는 "이미 '확진돼도 큰 문제없다'며 예전처럼 돌아가려는 분위기인데 너무 경각심이 없는 것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0시 기준 우리나라의 누적 감염자는 약 1,427만 명이다. 주변에 감염된 사람 한둘 정도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처지가 뒤바뀌었다. 확진자들은 격리가 끝났다는 해방감을 즐기는 동안, 비확진자들의 공포감은 더 커지고 있다.
비확진자들은 사람과 자리를 더 피하게 됐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60대 조모씨는 기다렸던 친구들과의 제주도 여행을 포기했다. 같이 가기로 한 일행 4명 중 확진되지 않은 사람은 조씨뿐이었는데, 격리 해제된 지 사흘밖에 안 된 일행이 있어 불안했다. 조씨는 "격리 해제돼도 자가검사키트를 하면 두 줄(양성)이 뜬다고 하는데 혹시 모르지 않냐"고 말했다.
신속항원검사는 물론 대면진료까지 허용된 동네 병의원은 비확진자들에게 특히 조심해야 할 장소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40대 김모씨는 전날 확진자와 접촉해 근처 의원으로 검사를 받으러 갔다. 의료진이 반복해서 '양성'이란 말을 내뱉자 밖으로 나가 대기했는데, 밖에서 서성이는 사람만 10여 명에 달했다. 김씨는 "병원에서 많이 확진된다고 하니 피하고 싶지만, '동네 병원=검사' 체계가 됐으니 별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을 불안케 하는 건 코로나 확산세가 이미 정점을 찍고 꺾였다는 말을 피부로 느끼기 어려워서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중순 60만 명을 기록한 뒤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수십만 명 수준이다.
특히나 아이들이 있는 집은 감염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이욱호(36)씨는 오미크론 확산세가 두드러진 2월부터 아예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한다. 회식날에는 하루 정도 바깥에서 생활한다. 생후 6개월 된 아기와 아내가 걱정돼서 스스로 이상 증세가 있는지 살펴본 뒤에야 귀가한다.
수도권에 살며 고등학생을 키우는 한 주부 A씨는 이달 말 중간고사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확진된 학생은 학교에 가서 시험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A씨는 "걸릴 거면 차라리 시험 보기 전에 걸리는 게 나을 것 같다"며 걱정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20대 유모씨는 백신 이상 반응 때문에 그동안 미뤘던 3차 접종을 뒤늦게 맞았다.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많긴 하지만, 돌파 감염 등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당분간 마스크를 잘 쓰는 등 개인방역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얘기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누적 확진율 50%, 국민 항체 생성률이 80% 정도 이르는 수준이 돼야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다"며 "우리나라가 그 수준에 이르려면 아직 한두 달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만 명 밑으로 떨어져야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동호 명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십만 명씩 확진되는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다른 변이가 출현해도 오미크론보다 확산세가 적어야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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