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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기시다 정상회담 조기개최가 중요한 까닭

입력
2022.04.06 00:00
26면

새 정부 한일관계 회복 약속 불구, 가시밭길
尹, 도쿄정상회담 및 일본국회연설 검토해야
징용문제해법 도출과 민관협력 강화도 필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FP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FP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2012년부터 악화한 한일관계를 물려받아 이를 개선하기는커녕 갈등이 확대되고 심화하도록 방치했다. 위안부 및 징용 문제를 두고 강공을 취하자 일본은 수출규제로 보복했다. 한국은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일시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았고, 국민들은 '노(No) 재팬'으로 응수했다. 평화프로세스를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는 일본을 훼방세력으로 간주했고, 일본은 불신과 견제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등장 이후 문재인 정부는 투트랙 접근으로 관계개선에 나섰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관계복원 신호를 보내며 유화 제스처를 취했지만 일본은 요지부동이었다. 현금화로 치닫는 징용 문제에 일본은 팔짱 끼고 숙제 제출을 기다리는 자세로 나오고 있다.

윤석열 새 정부에도 한일관계는 여전히 고난도의 퍼즐이 될 것이다. 윤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과거사에 매몰되지 않고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정립하겠다"고 주장했다. 징용, 수출규제, 지소미아 등의 현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일괄타결하겠다고 약속했다. 1998년 김대중-오부치 파트너십 선언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새 정부의 대외전략 방향성을 고려할 때, 한일관계는 정상화의 길을 걷게 될 전망이다. 윤 정부가 내건 포괄적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안보협력, 쿼드에의 점진적인 참여, 인도·태평양 전략 공조 등을 추진해 나간다면 한일관계는 협력 관계로 변화할 것이다. 대중외교, 대북관계를 둘러싼 한일 간의 미묘한 온도 차도 해소될 여지가 크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가 순항할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NHK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18.9%가 윤 정부 발족 후 한일관계가 "좋아진다"고 했을 뿐 72.3%는 "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기시다 현 정부도 관계개선을 기대하지만 그다지 낙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한국과의 '역사전'을 표방하는 '아베파'가 다수인 자민당, 일본 국민의 차가운 여론을 감안하면 대일관계 개선이 녹록지 않다. 국내는 국내대로 징용-위안부, 일본 교과서 우경화, 사도섬 유네스코 등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처를 똑똑히 따져 묻겠다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여소야대 국회, 대일 원칙론을 주문하는 여론, 피해자 그룹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도 간단치 않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는 대일외교 관계개선과 더불어 국내정치를 아우러야만 하는 양면 게임의 과제를 안고 있다. 향후 관계개선의 로드맵을 고려할 때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조속히 한일 정상 간 소통을 재개하고 셔틀 외교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 정상 간 첫 대면은 대통령 취임식 또는 도쿄 쿼드 정상회담을 고려해볼 수 있고, 늦어도 7월 참의원 선거 후엔 국빈방문으로 도쿄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방일이 성사되면 대통령이 국회 연설, NHK 출연 등으로 일본 국민과의 진솔한 대화에 나서면 좋겠다.

둘째는 갈등의 뇌관인 징용문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은 피해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현금화 유보를 꾀하고 해결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배상에 응해야 할 징용 피해 규모는 시효와 법원에 계류된 16건 소송을 볼 때 약 34~200명, 금액으론 50억~300억 원으로 추정된다. 기금마련을 통한 대위변제를 축으로 하는 해법모색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셋째, 한일문제 해결에는 '민관공동위원회', '한일역사공동위원회', '한일 신시대 공동연구' 등과 같이 정부와 민간, 국가와 시민사회가 함께 지혜를 모으는 형태가 실효성 있는 방안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고려했으면 좋겠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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