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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도덕성 비공개 검증" 외치던 민주당, 이젠 "조국 기준" 벼른다

입력
2022.04.05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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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한때 고위공직자 도덕성의 비공개 검증을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이 돌연 태도를 바꿨다. 대선 전에는 “공개 검증 범위는 정책역량에 집중돼야 한다”고 하더니 이제 “도덕성 기준이 더 높아졌다”고 말한다. 세부 기준점(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제시했다. 고위공직자 인선을 두고 반복돼 온 여야의 난타전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과거 아닌 미래 검증" 목소리 사라진 민주당

윤석열(왼쪽)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왼쪽)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해 11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도덕성과 능력 검증을 분리하자”고 했다. “고위공직자의 과거보다 우리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이유를 댔다. 당시 민주당 안에선 고개를 끄덕이는 기류가 강했다. 조 전 장관이 인선 과정에서 과도한 ‘신상털이’를 당했다는 공감대가 컸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많은 인사들이 “망신이 두렵다”며 번번이 공직을 고사한 것도, 민주당이 인사청문제도 개선을 원한 근거였다. 비공개로 도덕성을 검증하는 취지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 3건 계류돼 있는데, 모두 민주당 주도로 발의됐다.

그랬던 민주당이 대선 이후 변했다. 외려 더 엄격하게 도덕성을 검증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4일 “고위공직자는 갈수록 더 엄격한 잣대로 검증돼야 한다”며 “윤 당선인은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 도덕과 양심의 기준을 충족시킨 후보자들을 엄선해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히 ‘조국 사태’를 겪으며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민 눈높이가 더 높아졌다는 점을 검증 강화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이광재 의원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과 관련, “화살을 쏘면 그 화살은 거꾸로 돌아오지 않느냐”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새 정부와 국민의힘을 향해 칼날 검증을 예고한 것이다.

"野로 바뀌었는데 굳이..." 기준은 '조국'

윤호중(오른쪽부터)·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4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당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윤호중(오른쪽부터)·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4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당에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부산=뉴시스

민주당은 또 도덕성 비공개 검증은 여야가 아직 합의하지 않아 굳이 총대를 멜 필요가 없다고 본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달 20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인사청문 제도를 개선하자고 했을 때 전혀 응답이 없던 분들 아닌가”라며 더 이상 국민의힘 측에 먼저 제안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무엇보다 고위공직자 후보의 도덕성을 가렸을 때 민주당이 얻을 이점이 많지 않다는 게 공개 검증을 유지하려는 속내다. 한 재선 의원은 “어떤 정권이든 인사 과정에서 나는 상처가 제일 크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에 타격을 주고, 야당의 전투력을 부각할 수 있는 확실한 기회를 축소 운영할 까닭이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윤 당선인이 ‘공정’과 ‘상식’을 대표 브랜드로 내세운 것도 민주당에 호재다. 고위공직자 후보의 결격사유가 불거질 경우 ‘내로남불’ 프레임을 적용할 수 있어서다.

다만 고강도 검증에 뒤따르는 ‘발목 잡기’ 비판은 민주당도 고심하는 부분이다. 박 원내대표도 ‘도덕성을 갖춘 후보’를 요구하는 것은 “그래야 인사청문회가 소모적 논쟁보다 정책역량 중심의 검증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당내에 소수이기는 해도 정치개혁의 진심을 알리기 위해 ‘지금이 인사청문회를 손볼 적기’라는 시각도 있다.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여당일 때 하던 주장이 야당 됐다고 바뀌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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