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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 갈등에 분출하는 '송영길 불가론'… 정신 못 차린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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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說)로만 돌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6ㆍ1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가 현실화하자 본격적인 당내 견제가 시작됐다. 단순한 잡음을 넘어 내홍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송 전 대표는 지방선거 출마 자격에 미달한다는 ‘불가론’과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불가피론’이 거세게 맞붙는 양상이다.
충돌의 근원엔 계파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송영길이 이재명의 지지표를 흡수할 것”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당 장악력 강화를 꾀하는 친(親)이재명계에 맞서, 비(非)이재명계는 이들의 세력 확장을 극구 경계하고 있다. 두 세력이 지방선거 공천을 두고 몸집 불리기에 골몰하면서 정작 당 쇄신 작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같은 ‘86세대’ 학생운동 동지들도 최근 송영길 비토론에 가세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한 지 얼마 안 돼 큰 선거의 후보를 자임한 것에 대국민 설명과 사과가 필요하다”고 직격했다. 송 전 대표의 연세대 81학번 동기 우상호 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출마선언이 결국 여러 카드를 다 무산시켰다”고 비판했다. 그의 도전으로 이낙연 전 대표 등 당 대선주자급이나 외부 거물 인사의 출마가 좌절돼 경선 흥행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송 전 대표 측은 “그럼 현실적 대안을 내놓으라”고 맞받아친다. 인천 지역 한 의원은 “지금 서울에 인물이 없어 송영길까지 불러낸 것 아니냐”라며 “후보가 있으면 서울 지역 의원들도 내세우라”고 했다. 송 전 대표가 출사표를 던지기 전까지, 민주당 전ㆍ현직 의원 중 서울시장 출마선언을 한 이는 김진애 전 의원이 유일했을 정도로 ‘구인난’이 심각했던 점을 꼬집은 것이다.
갈등의 뿌리엔 친이재명계와 비이재명계의 오랜 주도권 다툼이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쌓인 앙금이 깊어 매듭을 풀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친명계 의원들은 ‘송영길 차출론’을 고리로 이재명 전 대선후보 지지자들의 결집을 꾀하고 있다. 이 전 후보도 지난달 25일 송 전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로 삼자는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을 표했다. 그러더니 나흘 후 친명계 핵심 정성호ㆍ김남국 의원이 송 전 대표가 머물던 경북 영천군 은해사를 찾아 그의 등판을 요청했다.
비명계에선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이낙연 전 대표나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서울시장 후보군에 올려놓는, 맞불 작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 전 대표를 도왔던 민주당 의원은 “송 전 대표는 차출이 아닌 ‘자출(自出ㆍ스스로 나옴)’에 가깝다”며 “당장 이낙연 전 대표가 출마 의사가 없더라도, 누가 더 경쟁력 있는지는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파 간 이해득실만 따지는 사이 반성과 쇄신의 요구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선에서 패한 지 아직 한 달도 안 된 시점이다. 당내에선 송 전 대표 출마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될수록 유권자들에겐 ‘반성하지 않는 민주당’의 모습이 굳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한 중진 의원은 “지금은 대선 패배의 상처를 잘 극복해서 국민에게 울림을 줄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데도 한쪽에선 이재명 갑옷 쓰기에, 반대쪽에선 대항마 찾기에 급급하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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