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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주인공은 참이슬 찾은 '밀양 박씨'... '오징어 게임'도 소환

입력
2022.04.04 13:48
수정
2022.04.0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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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회 그래미 어워즈 숨은 키워드 '한국'
한국계 미국인 앤더슨 팩 '올해의 레코드' 등 두 개 본상 트로피
방탄소년단 '첩보 요원' 돼 공연 달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한국어로 울려 퍼져
한류 놀이터 된 그래미

한국계 미국 가수 앤더슨 팩(왼쪽)이 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레코드' 상을 받은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로이터 연합뉴스

한국계 미국 가수 앤더슨 팩(왼쪽)이 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레코드' 상을 받은 트로피를 들고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로이터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그래미)의 숨은 키워드는 '한국'이었다.

한국계 미국 가수 앤더슨 팩이 4대 본상 중 두 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손에 쥐었고, 그룹 방탄소년단은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공연으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시상식에선 한국어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울려 퍼졌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와 화제를 모은 한국 전통 게임이다. 이날 그래미는 말 그대로 '한류 놀이터'였다.

"솔직히 우리가 중요한 상 다 휩쓸지 않았나요?" '올해의 레코드' 상을 받은 뒤 무대에서 이렇게 당당하게 수상 소감을 말한 팩은 시상식의 주인공이었다.

팩은 미국 알앤비 가수 브루노 마스와 밴드 실크소닉을 꾸려 함께 부른 '리브 더 도어 오픈'으로 '올해의 노래' '베스트 알앤비 퍼포먼스' '베스트 알앤비 송'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온라인엔 '밀양 박씨가 드디어 그래미까지 접수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팩은 지난해 그래미에서 '베스트 멜로딕 랩 퍼포먼스' 상을 받는 등 현지에서 이른바 잘 나가는 알앤비 스타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감칠맛 나는 래핑이 그의 무기다.

팩은 한국 팬들에게 '밀양 박씨'란 애칭으로 더 친숙하다. 한국계인 그의 어머니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고아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가정에 입양된 그의 어머니는 성이 '박(Park)'씨였는데, 문서에 '팩(Paak)'으로 잘못 기재됐다. 행정 실수였다. 그의 어머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결혼했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바로 팩이다. 그는 잘못 쓰인 어머니의 성 '팩'을 그대로 썼다. 어머니의 상처를 그대로 이어받아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으로 삼은 것이다. 한국인 제이린(혜연)과 결혼한 팩은 2014년 데뷔 앨범 '베니스'로 힙합 음악계의 거물인 닥터 드레에 발탁, 드레의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다. 팩은 음악에 '한국'을 틈틈이 녹였다. 2015년 한국 가수 딘과 '풋 마이 핸드 온 유'를 발표했고, 이 곡에서 "샷츠 오브 더 참이슬, 자기야 이리 와 빨리 와 가자"라고 랩을 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첩보 요원처럼 의상을 차려 입고 '버터'를 부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FP 연합뉴스

그룹 방탄소년단이 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첩보 요원처럼 의상을 차려 입고 '버터'를 부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FP 연합뉴스

이날 상을 받지 못했지만, 방탄소년단은 시상식을 달군 '특급 손님'이었다.

정국은 와이어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왔고, 방탄소년단은 무대에서 적외선 레이저를 피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첩보 영화 '007'과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패러디해 '버터' 공연을 파격적으로 선보였다는 평가다.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선 환호가 터졌고, 동료 가수들은 일어서서 손뼉을 쳤다.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뷔가 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버터' 공연을 하며 미국 가수 올리비아 로드리고에게 명함을 꺼내 보이고 있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온 명함. Mnet 방송 캡처 등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뷔가 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버터' 공연을 하며 미국 가수 올리비아 로드리고에게 명함을 꺼내 보이고 있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나온 명함. Mnet 방송 캡처 등

시상식에선 '오징어 게임'도 깜짝 재연됐다.

방탄소년단 멤버 뷔는 공연 도중 명함을 꺼내 던지며, 미국 가수 올리비아 로드리고에게 속삭였다. 뷔가 꺼내 보인 노란색 명함은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게임 참가 명함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시상식 진행을 맡은 코미디언 트레버 노아는 방탄소년단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TV쇼를 보고 한국어를 배워야겠다 싶어 시도해봤는데 어렵더라"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다소 어설픈 발음으로 외쳤다. 방탄소년단과 '오징어 게임'이 대중문화 시장을 주름잡는 한류 아이콘과 콘텐츠라 가능했던 깜짝 이벤트였다. 이 모습은 미국 지상파 CBS를 통해 생중계됐고,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에 노출됐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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