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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로교통공단 답변 근거로 부장검사 불기소한 검찰... 정작 공단은 "안전지대 점유 사고"

입력
2022.04.07 04:30
수정
2022.04.07 12: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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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가해 차량 일부가 안전지대 점유" 답변
검찰 "사고 지점은 안전지대 밖" 불기소 처분
전문가들 "충돌 지점 사고 원인과 관계 없어"
"공단 분석 결과 부장검사에 유리하게 해석"

수도권 검찰청 소속 부장검사가 지난해 7월 충돌사고를 냈던 올림픽대로 백색 안전지대 모습. 이정원 기자

수도권 검찰청 소속 부장검사가 지난해 7월 충돌사고를 냈던 올림픽대로 백색 안전지대 모습. 이정원 기자

현직 부장검사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교특법) 위반 혐의를 수사했던 검찰이 불기소 처분의 핵심 근거로 '도로교통공단 분석 결과'를 내세웠지만, 정작 공단은 검찰 결론과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회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공단으로부터 자세한 답변을 받아놓고도 이를 수사 결론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단독] 부장검사가 낸 교통사고... 경찰의 '중과실' 판단 뒤집은 검찰)

차량 충돌 지점 도로교통공단에 물은 검찰

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해 8월 17일 수도권 검찰청 소속 A부장검사의 교특법 위반(치상) 사건을 송치받은 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사고 분석 의뢰를 맡겼다. 경찰이 정확한 사고 지점을 특정하지 않았고 A부장검사의 서면조사 요청도 거부했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공단에 ①두 차량의 충돌 지점과 ②상해 발생 여부를 물었다.

앞서 A부장검사가 몰던 렉스턴 차량은 지난해 7월 8일 오후 6시 40분쯤 올림픽대로 4차로에서 5차로로 진입하기 위해 차로 사이에 있는 백색 안전지대를 가로질렀고, 이 과정에서 5차로를 주행 중이던 피해자의 볼보 차량과 충돌했다.

교통사고 가해자를 형사처벌하려면 ①12가지 중과실 행위(본 사건의 경우 안전지대 침범)가 직접적 사고 원인이라는 점과 ②사고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검찰은 당시 교통사고가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전문기관인 도로교통공단에 분석을 맡겼다.

"가해자 차량 안전지대 점유 상태서 충돌"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검찰에 따르면 도로교통공단은 당시 "사고가 안전지대 바깥에서 발생했다"는 답변을 내놨다고 한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가해자가 안전지대를 침범했더라도 사고 지점이 안전지대 바깥이라면 안전지대 침범 사고로 보지 않는다"며 지난해 9월 24일 A부장검사를 '공소권 없음' 불기소 처분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검찰이 공단 분석 결과를 A부장검사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해 9월 17일 검찰에 "두 차량의 충돌 지점 자체는 안전지대 바깥이지만, 가해 차량의 좌측 일부가 안전지대를 점유한 상태에서 피해자 차량을 충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회신했다. 검찰은 가해 차량 위치와 차량 충돌 지점을 구분해놓은 결과를 받아놓고도, 이를 '안전지대를 벗어난 사고'로 해석해 불기소 처분 근거로 삼았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이에 대해 "가해자 차체 일부가 안전지대에 걸쳐 충돌했을 경우 통상 안전지대 침범 사고로 본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A부장검사에 대한 기소 여부를 판단할 때 '사고 지점'을 쟁점으로 삼은 것도 논란거리다. 사고 내용을 잘 알고 있는 경찰 측 인사는 "안전지대 침범이 사고 원인이기 때문에 안전지대 밖에서 차량이 충돌했는지 여부는 부차적"이라며 "검찰이 사고 지점 이외에 다른 판단 요소는 배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도 "충돌 지점이 안전지대 바깥이란 사실은 피해 차량이 안전지대를 함께 침범하지 않은 이상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검찰이 공단 분석 결과의 절반만 갖고 사고 성격을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한국일보에 "판례상 안전지대는 그 안에 있는 보행자나 차마를 보호하기 위한 표지이므로, 안전지대 안에 있는 사람이나 차량을 충격해야만 안전지대 침범사고가 성립한다"고 알려왔다.

그래픽=김문중 기자

그래픽=김문중 기자

검찰이 사건을 송치한 경찰에 보완수사 명령을 내리지 않고 직접 도로교통공단에 교통사고 분석 의뢰를 맡긴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A부장검사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이 최근 3년간 공단에 사고 분석을 의뢰한 건수는 2019년 5건, 2020년 0건, 2021년 5건이었다. 반면 이 사건을 처음 조사한 서울 방배경찰서의 의뢰 건수는 2019년 21건, 2020년 22건, 2021년 23건에 달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경찰이 A부장검사의 서면조사 요청을 받아주지 않아 직접 분석을 의뢰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그러나 "당시 피의자로부터 서면조사 요청을 공식적으로 받은 기억이 없고,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차량 위치가 명백해 의뢰할 필요가 없었다"며 "그럼에도 검찰이 보완수사를 주문했다면 당연히 따랐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원 기자
조소진 기자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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