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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주당 겨냥? 경찰, '쪼개기 후원' 외식업중앙회 압수수색

입력
2022.04.06 04: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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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5시간 사무실 압수수색
회원 동원한 국회의원 편법후원 의혹
후원 대상에 민주당 정치인 다수 포함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5일 서울 중구 한국외식업중앙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5일 오후 중앙회 사무실. 김도형 기자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5일 서울 중구 한국외식업중앙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5일 오후 중앙회 사무실. 김도형 기자

경찰이 국회의원을 상대로 '쪼개기 정치후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후원 대상엔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이 다수 포함돼 있는 터라, 대선 직후 전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수사의 배경과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5시간에 걸쳐 서울 중구 외식업중앙회 사무실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서류 등을 수거했다. 경찰은 앞서 중앙회 계좌를 들여다보고 사실관계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음식점 영업자를 회원으로 둔 국내 최대 민간직능단체인 외식업중앙회는 2014년부터 최근까지 회원들을 동원해 국회의원들을 편법 후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관련기사: [단독] 외식업중앙회,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관여 정황 나왔다)

한국일보가 지난해 입수한 업무 관련 이메일 등에 따르면, 중앙회는 2014년 9월 공식 업무 이메일 계정으로 전국 지회에 '후원회 계좌입니다'란 제목의 메일을 발송했다. 여기엔 19대 국회(2012~2016년) 당시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이름과 함께 계좌번호와 예금주명(후원회명)이 적혀 있다. 중앙회 내부에선 "현행법상 중앙회는 정치후원금을 낼 수 없으니 지회별로 회원 명의로 해당 정치인들에게 후원하라고 메일을 보낸 것"이란 증언이 나왔다.

중앙회는 2014년 당시 △면세농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 공제율 확대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 금액 확대 등을 관철시키기 위해 힘을 쏟고 있었던 만큼 중앙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의원들을 후원 대상으로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메일엔 세법 개정안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 간이과세 기준을 연매출 4,8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확대하는 부가가치세법 개정안 발의를 주도한 의원 등이 포함됐다.

이런 조직적 쪼개기 후원이 20대 국회(2016~2020년) 때도 이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중앙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앙회에서 특정 정치인을 후원하라는 공문을 지회에 내려보냈고 사무처 실·국장에게도 후원금을 내고 영수증을 제출하라는 구두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중앙회 지시에 따라 회원들이 낸 후원금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회원들은 정치자금 기부가 실제 이뤄졌다고 밝혔다. 중앙회 이사회 출신 한 회원은 "1년에 1,000만 원까지 후원하기도 했다"며 "다른 회원들도 중앙회로부터 소득공제로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대체로 10만원씩은 나눠서 했다"고 말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법인이나 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있다. 직접 기부뿐 아니라 법인·단체와 관련한 자금으로 기부하는 것도 금지돼 있는데 여기엔 단체가 모금에 주도적·적극적으로 관여한 기부금도 포함된다.

외식업중앙회의 쪼개기 후원 의혹은 지난해 1월 한국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본보 취재 결과 중앙회가 후원 대상으로 지목한 정치인엔 현직 광역자치단체장인 Y 전 의원, 국회 상임위원장인 S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소속 유력 정치인이 다수 포함돼 있다. 본보의 의혹 제기에도 별다른 진척이 없던 경찰 수사가 대선이 끝난 뒤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을 두고, 정권 교체로 거대 야당이 될 민주당을 상대로 '사정 정국'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는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고의적으로 지연하거나 다른 부분을 고려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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