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 김용빈 컬링연맹 회장 '사기적 부정거래' 본격 수사

입력
2022.04.05 04:20
수정
2022.04.05 07:1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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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자택 압수수색… 베이징올림픽 부단장
증자 대금 가장 납입 및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
2017년 인수 한국코퍼레이션 상장폐지 수순
소액주주들 "김 회장 등 배임·횡령 때문" 고발

김용빈(가운데) 대한컬링연맹회장이 2021년 3월 12일 강릉 컬링센터를 방문해 컬링 국가대표팀을 격려하고 있는 모습. 대한컬링연맹

김용빈(가운데) 대한컬링연맹회장이 2021년 3월 12일 강릉 컬링센터를 방문해 컬링 국가대표팀을 격려하고 있는 모습. 대한컬링연맹

검찰이 대한컬링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김 회장은 2017년 대한카누연맹 회장을 시작으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부단장을 맡는 등 체육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지난해 대한컬링연맹 회장으로 선출된 김 회장은 올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선 대한민국 선수단 부단장을 맡았다.

가장납입과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

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부장 김락현)는 최근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미공개 정보 이용) 및 횡령 등 혐의로 김 회장이 운영하는 한국코퍼레이션 및 한국테크놀로지 사무실과 김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한국코퍼레이션은 콜센터와 텔레마케팅 대행회사이며, 한국테크놀로지는 샤오미 국내 총판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카누연맹회장직을 맡은 2017년 자신 소유의 한국홀딩스를 이용해 한국코퍼레이션과 한국테크놀로지를 인수하는 등 계열사 확장에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테크놀로지 최대주주는 한국이노베이션(17.72%)으로, 김 회장은 한국이노베이션 지분 50%를 가지고 있다. 나머지 50%는 한국홀딩스 지분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 등 한국홀딩스·한국코퍼레이션·한국테크놀로지 전·현직 경영진들은 2018년 한국코퍼레이션 유상증자 당시 125억 원을 빌려 증자 대금을 납입한 뒤, 유상증자가 완료되자 이를 인출해 차입금을 변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회장 등이 2018년 12월 1차 유상증자 대금 125억 원을 차입금으로 냈지만, 한국테크놀로지 등 배정 대상 기업들이 납입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회장 등은 같은 달 납입한 한국코퍼레이션 3차 유상증자 대금 150억 원 중 125억 원도 차입금인 1차 유상증자 대금으로 마련했는데도, 바이오 산업 진출을 앞두고 받은 투자금으로 마련한 것처럼 공시한 의혹도 받고 있다.

김 회장 등은 2020년 3월 '감사 의견 거절'로 한국코퍼레이션 주가가 급락할 것으로 예상되자 100억 원대 주식을 미리 팔아버린 혐의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한국코퍼레이션 자금을 자신이 지배하는 회사에 송금한 뒤 인출하는 방식으로 관계사 자금 90억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또 김 회장 등이 한국테크놀로지가 보유한 주식 760만 주를 관계사 임직원 계좌로 이전해, 주식 담보 대출을 받도록 하고 대출금을 한국테크놀로지 등으로 송금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 집단소송 "사채업자에 자금 빌려"

한국코퍼레이션은 누적된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지난해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로부터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김 회장이 소유한 관계사들 경영이 악화되면서, 소리바다와 성지건설에선 한국테크놀로지 등이 최대 지분을 확보하고도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현재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직을 맡고 있다.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한국코퍼레이션 소액주주 112명은 회사 상장폐지 원인이 김 회장 등 경영진들의 배임과 횡령 때문이라며 지난 2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김 회장이 강남 사채업자 등을 통해 자금을 빌려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했고, 이후 빌린 돈을 갚지 못하자 비상장사인 대우조선해양건설에 사채업자 등이 보유한 부동산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하도록 해 대우조선해양건설에 수백억 원대 손해를 입혔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한국코퍼레이션 소액주주는 5,541명으로 회사주식 69.81%를 보유하고 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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