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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찍은 윤 당선인... '검증된 경제안보 전문가' 택했다

입력
2022.04.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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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신임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 발표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신임 국무총리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 발표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3일 새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한덕수(73) 전 총리를 지명했다. 정책 능력이 검증된 정통 관료 출신으로, 급변하는 ‘경제안보 시대’에 대응할 적임자라는 점이 인선 포인트다.

여소야대 국회의 인사청문회와 총리 인준 표결 관문을 넘으면, 한 후보자는 김종필·고건 전 총리에 이어 진보·보수 정권을 넘나들며 총리에 오르는 세 번째 인물이 된다.

尹 "'경제안보 시대' 철저히 대비해야... 韓이 적임자"

윤 당선인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 후보자는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한 후보자의 경제, 통상, 외교 분야 식견이 깊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새 정부는 대내외적으로 엄중한 환경 속에서 경제 재도약 기틀을 닦아야 하고, 경제와 안보가 하나 된 ‘경제안보 시대’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면서 “한 후보자는 민관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각을 총괄하고 조정하면서 국정 과제를 수행해 나갈 적임자”라고 했다.

기대에 화답하듯, 한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의 4대 중장기 과제로 △국익외교와 강한 국방 △재정건전성 △국제수지 흑자 유지 △생산력 제고를 꼽았다. 노무현 정부 재정경제부 장관과 국무총리, 이명박 정부 주미대사 등을 지낸 전문성과 경륜을 바탕으로 국정운영의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한 후보자는 “경제와 안보가 하나로 뭉쳐 굴러가면서 이제까지 생각했던 세계화와 개방, 시장경제를 다소 변경해야 한다”며 “시기를 놓치지 않고 세밀하게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력직 책임총리'로 국정 초 안정 담보

윤 당선인이 파격 혹은 깜짝 인사를 하는 대신 안전한 '경력직 총리'를 택한 건 정권 초 국정 운영 동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민생 파탄,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대형 위기를 안고 정권을 출범시켜야 하는 입장에선 인사로 모험을 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40여 년간 '유능한 관료' 타이틀을 놓치지 않은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정책 능력을 보완하는 최선의 카드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한 후보자는 상당한 국정 권한을 부여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실 규모와 권한을 줄이고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에게 힘을 실어 시스템 통치를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윤 당선인은 “궁극적으로는 대통령 책임이지만, 정부는 대통령과 총리, 장ㆍ차관 등 주요 공직자가 함께 일하고 책임지는 구조”라고 했다. 차관 인사에 대해서도 “가장 가까이에서 일할 분(장관)의 의견이 제일 존중돼야 한다는 것에 저와 한 후보자 생각이 같다”고 했다.

2007년 4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7년 4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민통합' 상징성도... 韓 "통합과 협치 중요"

한 후보자는 국민통합 상징성도 갖췄다. 호남(전북 전주) 출신인 데다, 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 정부에서 두루 차관급 이상 고위직을 역임했다. 공직자로서 그는 정치적 성향을 잘 드러내지 않고 업무에만 몰두하는 ‘일벌레’ 스타일로 유명했다.

윤 당선인은 2일 한 후보자와 3시간가량 '샌드위치 회동'을 하면서 야당과의 협치를 각별히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파색이 옅은 한 후보자라면 야당과 협의로 입법 과제를 원만하게 추진해나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 후보자도 3일 “협치와 통합이 굉장히 중요한 정책 성공의 요소가 될 것”이라며 “윤 당선인과 행정부, 입법부, 국민과 협조하며 좋은 결과를 내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여소야대 국회 인준, 2007년처럼 무난 통과?

윤 당선인 측은 한 후보자가 노무현 정부 마지막 총리를 지낸 만큼 더불어민주당의 검증 문턱을 어렵지 않게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녀가 없고, 병역도 마쳤다. 한 후보자는 2007년 국회 본회의 총리 임명동의 표결 때 찬성 210표, 반대 51표를 받아 무난히 인준됐다. 다만 15년이 흐르는 사이 공직자 도덕성에 대한 국민 눈높이가 엄격해졌다는 점, 한 후보자가 공직을 떠난 이후 최근 몇 년간의 재산 문제 등이 공백이라는 점은 변수가 될 수도 있다. 한 후보자는 "진정성 있게 최선을 다해 인사청문회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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