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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법정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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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법정 풍경을 크게 바꿨다. 판사와 검사, 피고인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물론, 법대와 피고인석 주변으로 투명 가림막이 쳐졌고 한 칸씩 비운 방청석은 팬데믹 이전에 비해 한산하다. 당사자의 코로나 감염으로 기일이 연기되기 일쑤고 피해구제가 그만큼 지연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영상재판의 확대다. 전국 2,946개 모든 재판부에 영상법정을 개설했고 민ㆍ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법적 토대까지 갖췄다.
□ 외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대법원의 경우 코로나 유행 초기 대면 구두변론을 중단하고 영상재판 등 원격절차 진행을 명령했다. 지난해에는 영상재판을 운영한 결과 법원 접근성이 높아지고 법정 재판의 감소로 교통량과 대기오염이 줄었다는 보고서까지 나왔다. 사법 비용의 감소도 장점으로 거론된 반면 영상재판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법 이용자들의 디지털 격차 등은 극복할 과제로 지적됐다.
□ 배심원 선정부터 평결까지 모든 과정을 원격 영상으로 진행하는 실험도 눈에 띄었다. 영상재판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우호적이었으나, 재판의 공정성 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없지 않다. 영상재판에서는 피고인이나 당사자의 태도나 몸짓 등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수 있는 비언어적 요소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독일 일부 주에서는 시청 광장 등에 천막 법정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소음과 온도조절 등의 예기치 못한 복병에 직면해야 했다. 당사자들이 동의할 경우 구술변론을 서면절차로 전환하는 고육책이 나오기도 했다.
□ 코로나로 인한 재판의 장기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민사합의 사건의 경우 1심 선고까지 평균 1년이 걸렸다. IT기술을 접목한 영상재판은 재판 장기화의 해법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사법정책연구원 이은빈 연구위원은 ‘팬데믹 시대 재판의 대응과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장애인과 고령층, 저소득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사법접근성 악화’를 최대 과제로 지적했다. 공판절차 전반으로 영상재판을 확대하고 국민참여재판에도 영상재판을 도입하는 법 개정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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