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조작설'에도 잠잠한 北... ①美 반응 살피기 ②의도적 무시

입력
2022.04.01 20: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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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매체, 南 제기한 'ICBM 조작설'에 침묵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지도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북한이 의외로 잠잠하다. 지난달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를 조작으로 결론 내린 남측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사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는데도, 격한 반발은커녕 관련 언급조차 없다. ICBM이 직접 겨냥하는 미국이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북한 역시 최고지도자의 권위와 직결된 사안이라 의도적 회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주요 매체들은 지난달 31일까지 남측 군 당국의 화성-17형 조작설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간 군사활동에 대한 남측의 메시지에 거칠게 맞대응해온 것과 사뭇 다른 태도다. 올 초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가 대표적이다. 북한은 1월 5일 극초음속 미사일로 포장한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는데, 우리 군 당국은 이튿날 “극초음속 비행체 기술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깎아내렸다. 그러자 북한은 같은 달 11일 김 위원장 참관하에 보란 듯 극초음속 미사일을 다시 쏘아 올렸다. 남측 논리가 틀렸다는 점을 행동으로 증명해 보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래서 북한의 이번 침묵은 이례적이다. 가뜩이나 북한이 주장하는 화성-17형 발사는 김 위원장이 친필 명령서를 통해 직접 지시했고, 대규모 인력을 동원한 선전 영상까지 공개하는 등 공식 ‘1호 행사’인 만큼 외부의 평가절하는 ‘모욕’에 가깝다.

뭔가 사정이 있을 법한데, 무엇보다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를 살피려는 목적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 신중한 태도가 근거다. 한미 군당국은 북한이 발사한 ICBM이 구형인 ‘화성-15형’이라는 데 의견을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아직 분석 중”이라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며 확답을 피하고 있다. 굳이 북한을 자극해 핵실험 등 후속 도발의 빌미를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한도 나름의 고민이 있다. ICBM 조작설을 부인하는 대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화성-17형이 맞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선 남측이 발표한 여러 오류들을 조목조목 반박해야 한다. 단 이 과정이 자칫 주민들에게 알려질 경우 화성-17형 발사 성공을 엄청난 성과로 선전한 김 위원장의 체면이 깎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체제 유지의 근간 중 하나가 ‘수령의 무오류성’”이라며 “ICBM 조작설은 김 위원장이 기만을 허용했다는 전제에서 출발해 정면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남측의 평가를 일부러 무시하면서 후속 도발 등 ‘마이웨이’를 걸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미국도 북한이 조만간 고강도 무력시위를 감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핵실험 가능성을 포함해) 북한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미 행정부 당국자들 역시 CNN방송 등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실험 재개에 필요한 중요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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