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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궁이란 단어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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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고를 쓰고 있는 코너의 이름이 '2030 세상보기'이니, 이번에는 20대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비디오 게임이 2030 세대의 주류 놀이 문화가 되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종종 사용되는 '뻘궁'이란 단어를 소개하고 싶다.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DotA 2 같은 게임의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게임들은 플레이어들이 각기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을 골라 적과 싸우는 게임인데, 각 캐릭터에게는 '궁극기'라는 개념이 있다. 궁극기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그대로 한 캐릭터의 가장 강력한 기술로, 전투의 판도 자체를 혼자서 뒤집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강력한 만큼 궁극기에는 많은 자원이 소모된다. 한 번 사용하고 나면 다시 사용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거나, 사용 조건이 까다롭다거나.
그리고 이 소중한 궁극기를 잘못 사용하면 그것이 바로 뻘궁이다. 궁극기를 뻘하게 사용했다는 말이다. 궁극기에 필요한 자원을 허공에 던져 버린 것이나 다름없으니, 뻘궁을 시전하면 팀원들에게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적에게는 조롱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왜 나는 뜬금없이(혹은 뻘하게) 뻘궁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최근 뉴스에서 연일 회자되는 한 이슈를 볼 때마다 뻘궁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대통령이 가장 강력하고 행복한 시기는 당선 직후부터 취임 초기일 것이다. 대선 스트레스에 넌더리가 난 시민들은 정국안정을 바란다. 새로이 출범하는 정부가 국정을 잘 수행하리라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민주정부에 높은 지지율만큼 소중한 자원은 없을 것이다. 시민들은 이 자원을 이용해서 새 당선인이 우리나라가 당면한 수많은 문제들을 풀어 나가기를 기원한다.
그런데 그 중요한 자원으로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데에 몰두하고 있다. 이해하기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용산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면 국민들과 더 소통할 수 있다고 하고, 그래서 당선인이 그렇게 공을 들인다는데… 그렇다면 2023년 9월에는 내가 용산 전자상가에서 RTX 4080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는 김에 겸사겸사 대통령과 커피 한 잔 할 수 있다는 말일까? 그건 절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고 있는데, 소통의 가능성은 가상공간에서 찾는 편이 훨씬 더 훌륭한 접근성을 보장할 수 있지 않을까? 청와대를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데… 산책할 곳이 생기는 건 물론 좋은 일이지만, 모두가 서울에 사는 것은 아니니 그 이득을 볼 수 있는 시민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다.
당선인의 국정 수행 전망 여론조사에서 부정적 평가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이 집무실 건이 만사 제쳐놓고 집중할 정도로 중요한 일일까? 아니면 우리나라가 지금 너무 잘 굴러가고 있어 딱히 문제가 없는 걸까? 그럴 리가, 코로나로 고통받은 자영업자들의 손실 보상 문제,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강원도 이재민들의 생계 문제, 장애인 대중교통 이동권 문제를 생각한다.
아, 그 아까운 모멘텀으로 이런 뻘궁을 쓰고 있다니! 이런 생각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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