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尹측 휴전 사흘 만에 끝... 대우조선해양 대표 놓고 또 '충돌'

입력
2022.03.31 20: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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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측 "文 정부 알박기 인사, 비상식적"
靑 "인수위가 이 인사에 눈독? 놀랍다"
"尹측 산업은행 길들이기" 해석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청와대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1일 또 충돌했다. 지난 28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청와대 만찬 회동으로 냉기류가 걷힌 지 사흘 만이다. 이번엔 대우조선해양 대표 선임 문제가 도화선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창 박두선씨가 대우조선해양 대표가 된 것을 놓고 인수위는 "문재인 정부의 알박기 인사"라고 주장했다. 감사원 조사까지 거론했다. 청와대는 "인수위가 그 자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느냐"며 인수위의 '월권'을 꼬집었다. 결국 핵심은 인사권이란 얘기다. 28일 회동에서 양측은 인사권에 대해선 이렇다 할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실무 협상을 계속 하자"고 정리한 상태다.

尹 "문 정부 알박기 인사, 비상식적ㆍ몰염치"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31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에서 “대우조선해양은 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창으로 알려진 박두선 대표를 선출하는 무리수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고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박 대표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대우조선해양은 민간 기업이지만 최대주주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다. 청와대가 산업은행을 동원해 친(親)정부 성향의 인사를 대표로 밀어 올렸다는 게 인수위 입장이다. 원 수석부대변인은 “직권남용 소지가 다분하다”며 감사원 조사 의뢰 방침도 밝혔다.

박 대표는 문 대통령 동생 재익씨와 1978년 한국해양대 항해학과에 함께 입학했다. 박 대표는 문 대통령이 2018년 1월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목포조선소를 찾았을 때 상무 자격으로 사업 현황을 브리핑했고, 두 달 뒤엔 전무로, 이듬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다만 인수위는 청와대가 박 대표 인사에 개입했는지에 대해선 별 다른 근거를 제시하진 않았다.

靑 “인수위가 눈독 들이나…. 놀랍다”

청와대는 즉각 반박했다. 신혜현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대표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했다. 부대변인 명의 논평이나 브리핑을 거의 하지 않는 청와대는 이날 인수위 부대변인 급에 맞춰 같은 부대변인을 앞세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신 부대변인은 “대우조선해양의 대표로는 살아나는 조선 경기 속에서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의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이라며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인수위를 향해 '대우조선해양 대표직을 탐내지 말라'고 역공에 나선 것이다.

박 대표는 1986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특수선 사업 담당, 조선소장 등 엘리트 코스를 거친 내부 전문가로, 인선 과정에 별 다른 잡음은 없었다.

이에 인수위가 표면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을 문제 삼고 있지만, 칼끝은 산업은행을 겨냥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과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은행 회장에 올랐다. 인수위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운 터라 사실상 '산업은행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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