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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시받는 진돗개 향한 편견과 차별, 꼭 깨야죠"

입력
2022.04.01 11:00
수정
2022.04.0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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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가족을 소개합니다]
<3> 개농장에서 구조된 진돗개 '머루' 입양자 배지수씨

편집자주

매년 10만 마리 이상 유실∙유기동물이 발생합니다. 이 가운데 가족에게 돌아가거나 새 가족을 만나 경우는 10마리 중 4마리에 불과합니다. 특히 품종이 없거나 나이든 경우, 중대형견은 입양처를 찾기 더욱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사랑받을 자격은 충분합니다. ‘유가소’는 유기동물을 입양해 행복하게 살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배지수씨가 28일 경기 과천시 한 반려견 운동장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도중 반려견 머루를 쓰다듬고 있다. 고은경 기자

배지수씨가 28일 경기 과천시 한 반려견 운동장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도중 반려견 머루를 쓰다듬고 있다. 고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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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는 반려견 놀이터, 반려견 동반 카페∙펜션 등에서 거부당하기 일쑤입니다. '머루'를 키우면서 편견과 차별이 심한 걸 알게 됐어요. 이들도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머루 입양자 배지수씨


지난해 2월 경기 안성시 개농장에서 구조된 머루를 입양한 배지수(39)씨의 얘기다. 배씨는 세 아이의 엄마이자 머루의 보호자, 또 다른 믹스견 두 마리의 임시 보호자다. 그는 28일 경기 과천시 한 반려견 운동장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진돗개는 구조가 돼도 국내에서 입양처를 찾기 어려워 해외로 가거나 안락사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진돗개의 매력이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머루 임시 보호자에서 가족이 되다

2020년 초 경기 안성시 개농장에서 구조 당시 머루. 위액트 제공

2020년 초 경기 안성시 개농장에서 구조 당시 머루. 위액트 제공

배씨는 결혼 전 부모님과 반려견 네 마리를 키웠지만 결혼 후에는 육아와 업무로 반려견 입양이나 유기동물 봉사에 대한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업무량이 줄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우연히 동물보호단체 위액트의 임시 보호 모집 게시물을 보게 됐다. 그는 "대형견을 꼭 키워 보고 싶었다"며 "입양은 힘들지만 임시 보호는 시도할 만하다고 판단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3개월령이던 머루는 배씨 가정에서 빠르게 적응해 갔다. 하지만 3개월가량 지났을 때 머루가 낯선 사람이나 환경에는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됐다. 집안 행사로 머루를 위액트 활동가에게 잠시 맡겼는데 머루의 예민함이 드러난 것이다. 배씨 가정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행동이었다. 배씨는 "이 상태로는 다른 곳에 입양을 보내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머루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뿐이었다"고 말했다.

머루를 임시 보호할 당시의 모습. 머루는 아이들과도 잘 지냈다. 배지수씨 제공

머루를 임시 보호할 당시의 모습. 머루는 아이들과도 잘 지냈다. 배지수씨 제공

위액트 활동가들은 행동 교정을 위해 머루를 훈련소에 맡겼다. 배씨는 머루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에 만나러 갈 수도 없었다. 교육 기간이 지나고 배씨 가족은 4개월 만에 머루와 재회했다. 머루가 배씨 가족을 알아볼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잠시. 배씨는 "머루가 잠시 머뭇거리며 다가와 냄새를 맡더니 배를 드러내며 눕고 행복해했다"며 "가슴이 찡했다. 머루를 도저히 다른 곳에 보낼 수가 없어 입양을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머루 입양,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되다

배지수씨와 머루가 28일 한국일보와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고은경 기자

배지수씨와 머루가 28일 한국일보와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 있다. 고은경 기자

"머루를 입양하고 또 도움이 필요한 다른 반려견을 임시 보호하면서 아이들이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체득하는 것 같습니다. 개들이 아이들과 놀아주니 저에게 집중하는 에너지를 분산시켜 줘 육아에도 도움이 됩니다."

아이 셋을 기르면서 반려견도 입양하고, 또 임시 보호까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배씨의 대답이다. 그는 "아이들은 개들을 데려올 수 있으면 더 데려오라고 할 정도로 좋아한다"며 "개들과 가족으로 지내면서 아이들이 다른 동물뿐 아니라 자연도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머루는 말썽을 부리기는커녕 오히려 아이들, 임시 보호하는 개들과도 너무 잘 놀아준다"며 "다만 털이 많이 빠지기 때문에 '털 빠지는 화분 같다'고 농담 삼아 말한다"고 덧붙였다.

배씨는 머루 입양을 계기로 입양 전까지 개를 맡아 돌보는 임시 보호 봉사를 시작했다. 머루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구조된 개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 그가 지금까지 임시 보호한 개는 열세 마리. 그는 "임시 보호 가정을 찾기 힘든 대형견, 믹스견 위주로 데려오기 위해 노력한다"며 "앞으로는 반려견 훈련 방법을 전문적으로 배워 더 많은 유기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진돗개라는 이유만으로 따가운 시선은 서운"

머루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뛰어다니다가도 배지수씨가 부르면 바로 뛰어와 자리를 지켰다. 고은경 기자

머루는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뛰어다니다가도 배지수씨가 부르면 바로 뛰어와 자리를 지켰다. 고은경 기자

머루를 기르면서 어려운 점은 외부의 따가운 시선이다. 강아지였을 때는 이용할 수 있던 반려견 카페에서 퇴짜를 맞는 등 반려동물 서비스 업체들도 유독 진돗개에게는 까다롭다. 산책 시 입마개 착용이 의무화한 맹견 종이 아닌데도 입마개 착용을 강요받기도 한다. 진돗개는 예민하고 공격적 성향이 있어서라는데 배씨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 머루처럼 낯선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성격도, 사람만 보면 꼬리 흔들며 반기는 성격도 있다는 얘기다.

그는 "열 마리 이상 진돗개와 생활해 보니 견종 특성보다는 개체의 특성이 크다는 걸 알게 됐다"며 "사람 성격이 다 다르듯 개들도 성격이 다 다른 것뿐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문제행동이 있다면 충분히 교육으로 바꿀 수 있다는 걸 머루를 통해 알게 됐다고 했다.

배지수씨 가족이 임시 보호했던 헨리(왼쪽)를 미국으로 보내기 전 공항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배지수씨 제공

배지수씨 가족이 임시 보호했던 헨리(왼쪽)를 미국으로 보내기 전 공항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배지수씨 제공

실제 국내에서 구조된 뒤 입양처를 찾지 못한 진돗개의 경우 해외로 가는 게 현실이다. 머루를 구조한 위액트를 포함 동물자유연대 등 국내동물단체와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은 진돗개와 믹스견의 해외 입양을 추진해 오고 있다. HSI가 지난 5년간 개농장에서 구조해 해외로 보낸 진돗개 포함 믹스견은 2,300마리가 넘는다.

배씨는 "진돗개는 마당에서 키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며 "다른 개와 다른 점이 없다. 공동주택에서도 반려동물 에티켓만 지키면 충분히 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임시 보호 등의 봉사를 통해 진돗개의 입양을 돕겠다"며 "괄시받는 진돗개의 삶이 나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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