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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안전속도 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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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전국 도시지역 일반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50㎞, 스쿨존 등 이면도로는 시속 30㎞로 정한 ‘안전속도 5030정책’이 4월이면 시행 1년을 맞는다. 일반도로의 제한속도를 60㎞에서 50㎞로 낮춘 건 1972년 이후 49년 만의 일이었다.
□ 5030정책 시행 이후 100일간 경찰청 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사고사망자, 사고건수, 보행 사망자 등 모든 교통안전지표가 개선됐다. 특히 일반 국민(67%)보다 버스ㆍ택시ㆍ화물차 기사 등 운전을 생업으로 하는 이들의 찬성 비율(74%)이 높았다. 하루 종일 길 위에 있는 운전자들이 원활한 교통 흐름보다 교통 안전 개선을 중시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보행자들의 안전 체감도도 높아졌다. 정책 시행 후 보행자에게 접근하는 차량속도가 느려지고(31.4%) 이전보다 양보하는 차량이 늘었다(23.3%)는 의견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 비율이 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2배 수준이다.
□ 하지만 5030정책의 안착까지는 변수가 많다. 당장 서울시가 4월 중순부터 17개 한강다리 등 시내 20개 구간에 대해 제한속도를 60㎞로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의 지시로 여론조사를 해보니 제도에 대한 공감이 70%였지만 획일적 적용에 대한 반대 의견도 90%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후보 시절 ‘5030정책의 탄력적 운용’을 제안한 바 있다. 지금은 보행자 접근이 어려운 도로만 규제를 완화하지만 ‘답답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 민선 지자체장들이 외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한 연구에 따르면 제한속도를 60㎞에서 50㎞로 하향할 때 편익(11억 원)이 70㎞에서 60㎞로 낮출 때(2억 원)보다 5배가량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함부로 제한속도를 60㎞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정부는 7월부터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을 때 통행우선권을 주는 보행자우선도로 시행, 횡단보도 앞 우회전 시 정지의무 강화 등 ‘포스트 5030정책’들을 추진할 계획이다. 불편함을 호소하는 운전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지만 보행자 안전권 강화의 첫발을 디딘 ‘5030정책’이 원칙 없이 흔들려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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