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No人·어르신 아닌 '선배시민'으로서의 자아 찾기

입력
2022.03.31 17:00
구독

'선배시민: 시민으로 당당하게 늙어가기' 출간
유해숙 인천서비스원 원장·유범상 교수 공저

선배시민: 시민으로 당당하게 늙어가기. 마북 제공

선배시민: 시민으로 당당하게 늙어가기. 마북 제공

한국 노인은 벼랑 끝에 서 있다. 노인 상대 빈곤율은 43.4%(2018년 기준)에 달하고, 늙어서도 일해야 먹고살 수 있기 때문에, 노인 고용률(2020년 기준)은 34.1%에 이른다. 노인 자살률은 10년 이상 부동의 1위이다.

한국 사회가 받아든 암울한 지표들은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의 오늘이자 머지않은 나의 미래이다. 암울한 현실을 개선할 돌파구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사회적 역할이 있고 품위를 갖춘 인간으로 당당하게 늙어갈 수는 없는 것일까?

사회복지 전문가인 유해숙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초대 원장과 유범상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남매는 한국 노인이 처한 현실을 타개할 실마리를 '노인도 시민'이라는, 당연하지만 간과돼온 명제에서 찾았다.

유 원장과 유 교수는 노인을 시민권의 관점에서 조명한 책 '선배시민: 시민으로 당당하게 늙어가기(출판 마북)'에서 노인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사람이 아닌 짐스러운 존재인 'No人' △젊은이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어르신' △자기개발과 개인의 즐거운 삶만 생각하는 '액티브 시니어'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대안으로 '선배시민'이라는 노인상을 제시했다.

책에서 말하는 선배시민은 시민이자 선배인 존재, 공동체에 참여해 자신과 후배 시민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노인이다. 저자들은 선배시민 관련 철학과 실천을 체계화 한 '선배시민론'을 통해 노후에도 보통 사람으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에는 10여 년에 걸쳐 노인들과 함께 공부하며 선배 시민론을 실천한 전문가들의 고민이 담겨 있다. 또한 노인들이 후배들의 안녕까지 책임지는 선배로 거듭난 이야기를 다양한 사례와 인터뷰를 통해 진솔하게 들려준다. 실제로 진천군노인복지관 노인들은 선배시민 동아리를 만들어 청소년 유해시설로 알려진 무인텔 난립 방지를 위한 조례 개정을 이끌었다.

저자들은 "선배시민론에서 본 노인은 돌봄의 대상이 아닌 동료와 후배시민을 돌보는 주체"라며 "이 책을 통해 노인들이 시민으로서 자신의 가치와 역할을 재정립하고 사회적으로도 노인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