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운동장 철거 논란... '허프라' 허구연에게 불똥튄 사연

입력
2022.03.31 17:5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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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신구장 지연시 연고지 지연할 수도"
지역정가 찬반 갈등이 전국적 이슈도 커져
지방선거 결과 따라 구장 신축 원점 가능성

대전 새 야구장 '베이스볼드림파크' 조감도. 대전시 제공

대전 새 야구장 '베이스볼드림파크' 조감도. 대전시 제공

건립 60년이 다 된 노후 시설인 대전 한밭종합운동장 철거를 두고, 지방선거를 앞둔 대전 지역 민심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철거냐 존치냐를 두고 지역 정가 의견이 갈린 데 이어,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까지 논란에 가세하며 지역민과 야구팬들의 이목을 끄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대전 지역 정가의 문제였던 한밭운동장 철거 여부가 전국적 이슈로 떠오른 계기는 허 총재의 29일 취임 기자회견 발언이었다. 허 총재는 한밭운동장 철거 후 신구장(베이스볼드림파크)을 만드는 절차에 반대하고 있는 대전 정치권 일각의 움직임에 따끔한 경고를 보냈다.

그는 "지자체에서 (대전을 연고로 한 한화이글스) 구단에 갑질을 하면서 소중함을 모른다면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가"라며 "구단이 떠나면 팬들이 얼마나 화를 내는지, 정치권이 얼마나 타격을 입게 되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총재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할 것"이라며 신구장 건립 문제에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허 총재의 발언은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일부 자치단체장과 예비후보 등이 한밭운동장 철거를 반대한 이후 나온 것이다. 한밭운동장을 철거하고 새 야구장을 만드는 것은 허태정 대전시장이 2018년 당선된 직후부터 추진해 온 과제였지만, 최근 박성효 전 대전시장과 장종태 전 서구청장 등 지방선거 출마자를 중심으로 "경기장을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 스포츠계에서도 대안도 없이 대전 유일 종합경기장을 철거하면 야구 이외 다른 종목이 피해를 받게 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한밭종합경기장 철거 문제 진행 과정

한밭종합경기장 철거 문제 진행 과정


결국 대전 지방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새 야구장 건립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2024년 새 야구장이 건립되기만을 기다리던 KBO와 허 총재 입장에서는 '이글스의 연고지 이전'이라는 극약 처방 가능성을 경고하며, 이런 움직임에 쐐기를 박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허 총재는 야구 해설가 시절부터 돔구장 신설 등 '야구 인프라'의 중요성을 틈만 나면 강조해, '허프라'라는 별명까지 얻은 야구인이다.

그러나 지역에서는 허 총재가 야구팬과 지역 민심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극단적 상황을 고려한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한화이글스 팬 타임즈에는 30일 "(허 총재의) 극단적 발언에 한화팬들은 모멸감을 느낀다"며 "대전이 아니면 (한화가)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의견이 올라왔다. "야구장이 먼저냐, 팬이 먼저냐"라는 의견도 있었다.

지역 체육계에서는 허 총재 발언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연고지 문제까지 들고 나온 것은 지나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연고이전은 쉽게 논의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신임 총재가 취임사에서 이런 강경한 발언을 하게 된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1964년 준공된 한밭야구장은 시설 노후화, 협소한 규모(1만3,000석), 주차장 및 편의 시설 문제 등으로 지적을 받아 왔다. 2만석 이상 규모의 새 야구장은 한밭야구장 바로 옆 한밭종합운동장을 허문 터에 들어선다.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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