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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부지에 '국립인류학·민족학박물관'을 짓자

입력
2022.04.01 04:30
25면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이 공식화된 20일 휴일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이 청와대를 바라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이 공식화된 20일 휴일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이 청와대를 바라보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화 선진국인 프랑스는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면 세계적 문화시설 건립을 목표로 삼는다. 루브르 박물관의 피라미드형 건축, 퐁피두 센터, 케 브랑리 박물관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박물관과 미술관의 탄생은 문화 대통령을 지향하고 또 문화 향유권을 제공하려는 역대 새 대통령들이 국민과 했던 약속에 따른 결실이다.

평생 박물관인으로서 헌신하며 살았던 나로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구상하는 '국민과의 소통, 통합, 미래'를 풀어갈 비밀번호는 청와대 이전을 실현하면서, 그 자리에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우리나라 대표 문화시설을 건립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마침 경복궁 내 자리 잡은 국립민속박물관이 경복궁 복원사업에 따라 세종시로의 이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매년 15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던 민속박물관의 한류문화 원천을 확장시키고 세계 문화에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풀어낼 '국립인류학·민족학박물관'을 청와대에 자리 잡게 한다면 어떨까? 이전 정권의 권위주의적 상징인 청와대가 문화와 휴식공간이 적절히 결합된 세계적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달콤한 열매를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굴곡이 많았던 5,000년의 우리 역사를 지탱해온 문화의 역량은 분명 세계에 자랑할 만하다. 그런 문화를 잘 온축하는 산실이 바로 박물관이다. 특히 우리 민족문화를 기반으로 세계와 비교하고 소통하는 세계문화박물관이 의미 있는 장소에 위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으로 이어지는 왕실문화와 서촌과 북촌, 인사동을 잇는 전통문화가 잘 응집된 공간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청와대 부지는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공간, 외국인들이 한국문화를 찾기 위해 으레 방문해야 하는 공간으로 구상되고 설계되어야 한다. 의식주를 비롯한 민족의 생활문화를 기반으로 한류문화의 뿌리를 찾는 공간이어야 하고 우리와 많은 교류가 있었던 세계문화와 소통도 담을 수 있는 공간일 때 그 가치는 더할 것이다. 이런 것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바로 우리 문화와 세계문화를 함께 다루는 '국립인류학·민족학박물관'의 설립이 될 것임을 나는 확신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국민과의 소통'을 계속 강조했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도 그런 연장선상일 것이다. 청와대 공간이 곧 국민과의 소통 통로인 셈이다. 그렇다고 그냥 돌려주는 것은 그야말로 무미건조하다.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시설의 건립을 매개로 국민들이 전통과 소통하고 역사와 소통하며 세계와 소통하도록 길을 닦아야 한다. 그 길에서 문화 대통령으로서의 입지를 찾으며 문화로 국민과 소통하는 길을 여는 것이 진정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이종철 전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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