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무기는 기술의 산물이다. 기술혁신은 무기혁신을 낳는다. 기술이 곧 전쟁양상을 결정한다는 미래주의 관점에서 전쟁과 무기, 그리고 한국국방의 생태계를 그려본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벌써 5주가 지났다. 러시아의 침략 이후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사람이 거의 40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이 어린이라는 보도가 있다. 유엔 통계에 의하면, 3월 28일 현재 민간인 사망자가 1,179명이고 부상자가 1,860명이다. 사망자 중 어린이가 104명, 부상자 중에선 134명이다. 어떤 명분으로도 무고한 민간인과 어린이들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애초 푸틴은 침공 후 72시간 내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해서, '친러 괴뢰정권'을 수립한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야심 찬 푸틴의 본래 의도와 달리 침략 개시 후 5주가 지난 현재까지 우크라이나군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1,000여 발 이상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하고도 우크라이나군을 굴복시키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보당국은 적어도 약 7,000명의 러시아 병사가 전사한 것으로 평가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요충지인 수도 키이우를 점령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가 최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고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잘못된 정보로 인해 푸틴이 상황을 오판했기 때문이다.
우선, 푸틴은 러시아의 군사력을 지나치게 신뢰했다. 러시아는 전략 및 전술 핵무기와 첨단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푸틴이 무엇보다 과신한 것은 러시아군의 실전경험이다. 러시아 국방장관이 육군의 100%, 공군의 92%, 해군의 62%가 전쟁 경험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에서 부패가 만연하고 전장에서 징집된 병사들의 군인정신이 투철하지 못했다. 그리고 적진에서 전쟁을 치른다는 점을 간과한 나머지 전쟁 기획, 지휘, 통신, 군수 등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다음으로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전반적으로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범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국가 정체성과 주권에 관한 의식이 크게 강화되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저항의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강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군의 훈련, 도덕, 무기 등이 강화된 것도 간과했다. 그리고 푸틴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도력을 무시한 것은 뼈 아픈 오판이었다.
푸틴은 미국의 쇠퇴와 서방국가의 분열에 대해 지나치게 확신했다. 그러나 미국의 주도로 서구의 단합과 결속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미국과 동맹 및 동반자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동참했다. 미국과 나토국가들은 경제제재와 함께 방어무기, 경제지원, 인도적 지원, 피란민 수용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더욱이 푸틴은 현대전에서 소셜미디어가 '무기'로 활용되는 것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시민사회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활발하게 전쟁의 참혹한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 러시아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은 진행 중이며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 첫째, 전쟁의 시작과 진행 및 종결은 정보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정보실패는 지도자의 오판을 가져오고 결국 전쟁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둘째, 우크라이나의 강한 정체성과 저항력이 현재 우크라이나가 버티는 힘이라는 점이다. 어떤 우세한 첨단무기도 투철한 정신력을 이겨내기 어렵다는 것을 우크라이나 전쟁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교훈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우리에게 '강 건너 불구경하기'가 아닌 명백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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