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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 밀어붙이는 尹 인수위에 "파렴치" "비참" 격앙된 여성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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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파렴치한 얘기를 공공연하게 할 수 있나." (김희경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상임대표)
"이런 논의가 진행되는 것 자체가 암담하고 비참하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
"머리는 자르고 손발만 남겨놓겠다는 말이냐." (황정미 서울대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
"14년 전에 겪었던 일들을 이제 와서 다시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참담한 심정이다." (장하진 전 여가부 장관)
30일 한국여성학회 등 주최로 열린 '새 정부 성평등정책 강화방안 토론회'에서 쏟아진 격앙된 말들이다. 타깃은 당연히 여성가족부 폐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였다. 이들은 성평등 전담부처가 반드시 있어야 하며, 지금보다 오히려 역할과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자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컨트롤타워'였다. 여가부를 폐지해서 다른 부처에 합치거나, 부처는 없애되 위원회 형태로 남겨 두는 방안에 대해 명확한 반대 의사 표시다. 기능을 쪼개면 정책 추진이 제대로 될 리 없고, 위원회로 만들면 손발이 잘리는 격이라는 논리를 폈다. 성평등 관점에서 관련 정책을 기획 조정하는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경희 중앙대 교수는 "새 정부에선 찢어서 각 부처에 담당을 두면 되지 않겠냐고 하지만, 이러면 통합과 총괄 기능이 없어진다"며 "여가부 이름이 바뀌더라도 권한과 예산을 갖춘 실질적 성평등 정책 전담 부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황정미 서울대 여성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성평등 정책은 말하자면 일종의 '스티어링', 운전대"라며 "어디로 방향을 꺾을 것인가 큰 계획을 세우는 것이지 분산 배치하는 순간 그건 성평등 정책이 아닌 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부처가 쉬운 일만 하려 하지 다른 부처랑 의논하는 어려운 일을 하려 들겠나"라며 "오히려 부총리급 위상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폭력 피해자 지원 업무를 법무부에 넘기는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인신매매 처벌법, 비동의 강간죄 등을 도입하려 했을 때 가장 방해가 됐던 부처가 바로 법무부"라며 "법무부는 남성 중심적 인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법을 고수하려는 부처인데, 기존 사회에 균열을 내고 변화를 이끌어내는 성평등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가족정책 역시 성평등과 묶여야 정책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형숙 미혼모협회 인트리 대표는 "한국에선 아빠, 엄마, 자녀로 구성된 게 가족이라고 가르치지만 한부모가족, 조손가족, 동거가족 등 다양한 형태 가족이 생겨나고 있다"며 "그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정책을 준비하는 일을 주도하려면 성평등 가치 위에 돌봄과 가족 정책을 만들고 유관부서 협력을 유도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부처로서의 존재뿐 아니라, 지방정부 차원에서 성평등 정책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희경 한국성인지예산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여성인권보호, 권익신장, 일 생활 균형 강화 등은 지방정부가 중앙부처와 연계해 협력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중앙정부 추진 주요 업무 목록에 없는 일에 행정력을 투입할 자지단체장이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지방의 성평등은 아예 사라질 것이란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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