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대선... 尹 정부 시험대 올리는 6월 지방선거

입력
2022.03.30 17: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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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송용창의 정치행간’은 의회와 정당, 청와대 등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이슈를 분석하는 코너입니다. 정치적 갈등과 타협, 새로운 현상 뒤에 숨은 의미와 맥락을 훑으며 행간 채우기를 시도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0일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차담회에서 정순택 서울대교구장 대주교의 대화를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0일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차담회에서 정순택 서울대교구장 대주교의 대화를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역대 지방선거 승패의 가장 큰 변수는 대선과의 시차였다. 대선에서 승리한 집권 여당이 임기 초반에 지방선거를 치르면 큰 승리를 거뒀으나, 임기 중후반에 지방선거를 맞으면 패하는 게 마치 불문율 같았다. 김대중 정부는 대선 후 6개월 만에 치러진 199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선거를 모두 이겼고, 문재인 정부는 대선 1년 1개월 만인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 17곳 중 14곳을 싹쓸이하며 압승했다. 하지만 대선 후 각각 3년 5개월과 2년 6개월 만에 지방선거를 치른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뼈 아픈 패배를 경험했다. 반면 대선 후 1년 6개월 만인 2014년 지방선거에서 박근혜 정부는 광역단체장 기준 9대 8로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했다.

대선 후 3개월 만에 실시되는 올해 6월 1일 전국동시 지방선거는 대선과의 시차가 역대 가장 짧다. 공식대로만 본다면 윤석열 당선인으로선 대선 승리의 기세로 2018년 민주당 압승을 정반대로 뒤집을 수 있는 기회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윤석열 당선인의 국정수행 전망이 대선 득표율보다 더 하락하는 등 당선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데다 여야 역시 허니문 기간도 없이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관례로 보면 대선 승리 축하 이벤트가 돼야 할 6월 지방선거가 0.73%포인트 차 대선의 연장전 성격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여소야대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지방선거에서 압승은커녕 대선 득표율보다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면 국정 동력이 시작부터 흔들릴 수 있다. 대선과 가깝게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호재가 아니라 리스크로 등장한 셈이다.


10대 7의 대선 성적표…서울·경기·인천·대전 향방에 희비 갈릴 듯

대선 이튿날인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선대위 해단식에 참가한 모습. 뉴스1

대선 이튿날인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선대위 해단식에 참가한 모습. 뉴스1

이번 대선 득표율만 놓고 보면 국민의힘은 광역자치단체 17곳 중 서울·부산·대구·대전·울산, 충북·충남, 경북·경남, 강원 등 10곳, 더불어민주당은 경기·인천·광주·세종, 전남· 전북, 제주 등 7곳이 우세하다. 정권교체를 당한 데다 집권 초기에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으로선 이대로 성적을 거둔다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반면 국민의힘은 집권 초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해 이겨도 이긴 선거라고 하기 어렵다.

가장 접전지는 역시 수도권이다.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각각 5%포인트 차로 서울과 경기를 나눠서 이겼고, 인천의 경우 이 후보가 1%포인트의 아슬아슬한 격차로 윤 당선인을 앞섰다. 이 판세대로 6월 지방선거에서 두 당이 서울과 경기를 나눠 가질 가능성이 있지만 어느 당도 안심할 수 없다. 두 후보 간 격차가 3~7%포인트 차였던 대전·세종, 충남·충북 등 중부권도 경합지다. 특히 광역자치단체 중 인천과 대전이 각각 1%와 3%포인트로 가장 근소한 표차를 기록한 곳이어서 6월 선거의 향방을 가르는 뜨거운 관심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측 불허 선거 구도, 유승민 등판 등 인물론 변수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달 대선 유세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유 전 의원이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 지사에 출마할지가 관심이다. 연합뉴스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달 대선 유세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 유 전 의원이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 지사에 출마할지가 관심이다. 연합뉴스

선거 구도 역시 예측불허다. 집권 초기에다 170여 석의 민주당이 여전히 의회를 장악한 상황까지 감안하면 윤석열 정부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는 ‘구정권 심판·신정부 안정론’이 두드러져야 하지만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렵다. 대선 막판 민주당 정권심판론에 맞서서 윤 후보와 국민의힘에 대한 견제 심리가 결집됐던 것처럼 신정부 견제론이 만만찮게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통상 집권 초기에는 국정 안정론이 우세하지만 이번 선거는 대선의 대결 구도가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안정론과 견제론이 팽팽하게 맞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대결 구도에선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인물론 영향이 커지기 마련이다. 특히 경기 지사에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이 출마할지가 주목되는 포인트다. 신도시 영향으로 민주당 지지기반인 40대 인구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경기는 국민의힘엔 험지가 됐지만 중도층과 젊은 세대에 소구력이 있는 대선 후보급의 유 전 의원이 나선다면 민주당의 수성을 장담할 수 없다. 민주당이 경기를 뺏긴다면 지방선거 전체 참패 평가로 직결될 수 있다. 대선 도전 실패 후 정계 은퇴를 고민했던 유 전 의원은 주변에서 경기 지사 출마를 적극 권유해 이번 주 내에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선 조정식 ·안민석 의원 등이 경기지사 도전을 공식화했고, 민주당과 합당하는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도 서울시장 또는 경기지사 후보로 거론된다. 민주당 내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며 내로남불 논란에서 벗어나 있는 조응천 의원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어 유력 카드로 꼽힌다. 서울의 경우 오세훈 현 시장에게 도전하는 민주당 후보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 외에 송영길 전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 차출론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는 집권 여당에겐 만만찮은 선거이기 때문에 여당 프리미엄보다 후보의 능력과 인지도가 중요하다”며 “수도권뿐만 아니라 충청권도 인물에 따라 승패가 좌우될 수 있다”고 말했다.


5월 인사검증 시즌이 윤석열 정부의 최대 고비

이런 인물론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관건은 역시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 초기 행보다. 윤 당선인의 지지율이 주춤하는 것도 당선 이후 국정 비전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성급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로 되레 안보 공백 논란을 자초한 탓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선 후 국민 통합 분위기를 만들지 못하고, 인사 문제 등으로 구권력과 갈등을 빚은 것도 결과적으로 0.7%포인트 차의 대선 대결 구도가 그대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았다. 검찰이 전 정권을 향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 갈등과 대립이 더욱 격렬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지방선거 직전인 4~5월에 진행될 국무총리를 비롯한 초대 내각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윤 당선인에겐 최대 고비다. 적재적소의 인사와 신선한 인물을 후보로 내세우면 반전의 계기가 되겠지만 인사 검증 과정에서 주요 장관 후보들이 낙마하면 국정 지지율뿐만 아니라 지방선거 민심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이 줄줄이 낙마해 시작부터 크게 휘청거렸다. 당시 박 대통령 지지율은 대선 득표율(51%) 보다 한참 뒤처진 41%까지 떨어졌다.

윤석열 정부는 당선 효과를 못 본 상황에서 초대 내각 인사청문회와 지방선거까지 맞닿아 있어 인사 리스크가 두 배로 커진 셈이다. 송곳 인사검증을 벼르는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내각 인선은 웬만해선 득점보다 실점하기 쉽다”며 “민주당이 민생 문제에 주력하면서 인사 검증을 철저히 하면 경기뿐만 아니라 서울 탈환도 내다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이 무리한 낙마 시도를 하거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등을 외치며 집권당 시절의 행태를 반복하고, 내로남불 체질 개선에 실패하면 국정 발목 잡기 여론으로 다수당 심판론이 힘을 받을 공산이 크다. 자칫하면 '누가 더 싫냐'는 비호감 경쟁이었던 대선의 대결 구도가 지방선거에도 계속될 수 있는 것이다.


송용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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