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말레이·필리핀 합동 군사작전에… ‘좀도둑’ 전락한 동남아 해적

입력
2022.03.30 15:00

지난해 동남아 선박 납치·피랍 사건 '0'
3국 해적 순찰·추적 정보 공유 결정적
중형선 활용 불가… 생계형 절도 대부분

지난 2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 방위산업 박람회에서 히샴무딘 후세인(왼쪽 두 번째) 말레이시아 국방장관과 프라보워 수비안토(왼쪽 세 번째)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양국 방위 협력 강화 조약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지난 2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 방위산업 박람회에서 히샴무딘 후세인(왼쪽 두 번째) 말레이시아 국방장관과 프라보워 수비안토(왼쪽 세 번째)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양국 방위 협력 강화 조약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캡처

선원들을 인질로 잡거나 납치해 악명을 떨치던 동남아시아 해적들이 잠잠해졌다. 동남아 각국의 해군들이 합동 군사작전을 펼치면서 이동 경로를 차단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단위 이동이 불가능해진 동남아 해적들은 이제 소규모 절도 행각을 벌이는 '생계형 좀도둑'으로 전락하는 실정이다.

30일 스트레이트 타임스 등 동남아 매체에 따르면, 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ㆍ필리핀 국방부는 전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 방위산업 박람회에서 "3국이 2017년 체결한 '해적 퇴치 협력 협약'(TCA)에 기반한 합동 작전이 본격화된 결과, 지난해 동남아 해협에서 해적에 의한 납치 및 피랍 사건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동남아는 소말리아 해적 소탕 작전이 진행된 2011년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적 사건이 발생한 지역이다. 해마다 10건 안팎의 선박 납치ㆍ피랍 사건이 이어졌다.

이들의 활동이 주춤해진 것은 3국이 해적들의 동선 정보를 공유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동남아 해적들은 접안 지역이 대부분 맹그로브 숲으로 이뤄진 말라카ㆍ자바 해협 등에 숨어 있다가 민간 선박을 기습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후 해안경비대 등이 추적해오면 형사관할권이 다른 인접국으로 기동해 울창한 숲속에 숨는 방식으로 해당국 공권력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3국이 순찰을 통해 확보한 해적들의 이동 및 도주 경로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사실상 해적들의 도피 퇴로가 사라진 것이다.

인도네시아 해군이 맹그로브 숲에 숨어 있을 해적들을 찾기 위해 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CNA 캡처

인도네시아 해군이 맹그로브 숲에 숨어 있을 해적들을 찾기 위해 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CNA 캡처

3국의 군사작전은 동남아 해적들의 노략질 행태도 변화시켰다. 과거와 같은 대단위 군집 및 이동이 불가능해지자, 소규모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동남아 해협에서 적발된 49건의 해적 활동은 모두 단순 강도 사건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4~5인의 해적이 야간에 작은 보트를 이용해 승선이 용이한 벌크선 등에 접근한 뒤 돈이 되는 물건들을 훔쳐 달아나는 식이었다. 무장한 중형 선박을 통한 해적들의 민간선 공격 시도가 9번 있었으나, 모두 사전에 발각돼 미수에 그쳤다.

성과가 나타나자 3국 국방부는 TCA를 통한 군사협력을 더욱 강화키로 했다. 3국은 조만간 각국의 해적 대응 센터를 통솔할 합동지휘본부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매년 합동 군사회의도 개최해 해적들의 범죄 행위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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