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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과서 역사왜곡 반복 막으려면… "일본 학계·시민사회와 연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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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과서 문제는 일본 국내 문제라서 우리가 실질적 영향력을 미치기가 쉽지 않다. (중략) 민간 차원에서 한중일 학자들이 모여서 공동 교재를 만들고 교류해 한국 학계의 학설을 받아들여서 쓰면 교과서가 바뀐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정책연구실장
일본 문부과학성이 내년부터 고등학교에서 사용할 사회과 교과서들을 검정한 결과를 29일 공개하면서 역사왜곡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위안부와 노동자가 강제로 동원됐다는 사실을 부정한 일본 정부의 각의 결정(지난해 4월)이 교과서 검정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튿날 국내에서 열린 전문가 세미나(토론회)에서는 한국이 일본 정부의 지침을 직접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운 만큼, 역사왜곡에 반대하는 양국 학계와 시민사회의 연대를 강화해서 교과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동북아역사재단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은 새로운 교과서들이 대부분 위안부를 다루고 있지만 ‘종군’ ‘일본군’이라는 표현이 삭제되면서 일본 정부와 일본군에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노동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일본사탐구(7종) 세계사탐구(7종)를 분석한 한혜인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연구위원은 식민지 조선인에 대해서는 국가총동원법에 근거한 국민징용령에 의한 ‘동원’으로 기술했다면서 “조선인 노무동원에 있어서의 불법적 강제노동을 부정한다고 볼 수 있는 심각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조윤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역시 일본 정부가 위안부와 노동자를 강제로 동원한 사실이 “전체적으로 약간 모호하게 기술됐다”면서 “(일본군을 삭제한) 위안부로만 기술한 것은 동원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일본 정부와 우익은 일본군이나 정부보다는 업체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한국 정부가 양국의 민간 협력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정책연구실장은 교과서 관련 문제가 벌어지면 “정부는 주한일본대사나 총괄공사를 불러서 항의하고 동북아역사재단은 수정 요구를 만들어서 일본 정부에 제시한다. 그러면 일본 교과서 기술이 바뀌는가? 실제로 바뀌지는 않는다”면서 역사왜곡에 부정적인 양국 학계와 시민사회가 노력하면 교과서가 바뀐다고 설명했다.
남 실장은 이번에 검정을 통과한 다이이치 출판사의 교과서를 사례로 들었다. 짓쿄와 시미즈, 야마카와 출판사는 정부의 지적에 따라서 조선인 전시 노무동원을 ‘연행’ ‘강제연행’에서 ‘동원’으로 바꿨으나 다이이치 교과서는 ‘강제연행’ 표현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동원’은 전시의 합법적 동원을 말하는 것으로 한국에서 사용하는 '강제동원'과 비슷하지만 뜻이 다르다. 다이이치 교과서는 강제성이 부각되는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을 본문에 그대로 두는 대신 ‘2021년 4월 일본정부는 전시 중의 조선 반도에서 노동자가 온 경위는 여러 가지로, ’강제연행‘이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각의 결정을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연행에 해당하는 사례도 많다는 연구도 있다’고 주석을 달았다.
남 실장은 “일본 교과서를 쓰는 기준으로는 ‘정부의 통일된 입장을 반영한다는 것’도 있으나 학계의 연구 성과도 반영하도록 돼 있다”면서 그 때문에 다이이치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남 실장은 “양국의 교류가 2010년 이후에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면서 “한중일 간의 민간 교류를 제도적으로, 재정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위원은 각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부 출판사 집필진들이 위안부가 강제로 동원됐다는 사실을 교과서에 기술하려고 상당히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면서 “산케이(우익 성향 언론)가 공격하기 전에 우리들도 보호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조 박사 역시 강제연행의 의미를 풀어서 기술한 교과서들을 근거로 “(일본 정부에 대한) 반발감 때문인지 어찌된 때문인지 강제란 의미가 들어가도록 기술한 교과서들이 보인다. 잘된 기술에 대해서도 유의해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을 주재한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소장은 “민간 차원에서 (양국의) 공동 교재를 만들려는 노력들을 해왔는데 거기에 참여했던 분들이 짓쿄 출판사에 많이 있다”면서 “다만 필자들의 교류를 적극적으로 드러냈을 때 일본의 우익들이 바로 공격하기 때문에 (교류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한일관계가 좋아져서 여러 곳에서 교류가 벌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집필진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출판사들이 검정 절차를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서종진 동북아역사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 소장은 “교과서 검정 신청이 지난해 3월에 끝났고 각의 결정은 4월에 있었다. 문부과학성의 설명회는 5월이었기 때문에 신청본에서는 (각의 결정 반영이) 충분히 되지 않았는데 결국엔 검정 의견이 제시돼 반영된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서 소장은 “이 부분을 집필자의 소극적 저항으로 봐야 되는지 부분은 교과서 검정 기준이 이미 결정돼 있었기 때문에 따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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